생활/문화

헨리 8세의 '집행관', 파괴 명령 어기고 가톨릭 서적 지켰다

  • 수도원 해체 주도한 인물, '금서' 필사본 몰래 보존
  • 케임브리지대 등 연구팀, 필사본 조각으로 소유주 밝혀내
AI 생성이미지. /랑펀미디어
AI 생성이미지. /랑펀미디어

헨리 8세의 종교개혁 당시 수도원 해체에 앞장섰던 고위 관리가 파괴 대상이었던 가톨릭 서적을 몰래 보존했다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

영국 케임브리지대와 서식스대 공동 연구팀은 17일(현지시간) 국제학술지 '노츠 앤드 쿼리스'를 통해 이 같은 내용을 발표했다.

연구의 중심인물은 존 게이지다. 그는 헨리 8세의 측근으로 런던탑 관리소장과 추밀원 의원을 지냈으며, 수도원 해산 정책을 집행하는 핵심 역할을 맡았다. 소설 '울프 홀'에서도 충직한 집행관으로 묘사된 바 있다.

연구팀은 게이지 가문이 기증한 문서 더미에서 15세기 가톨릭 서적인 '예수 그리스도의 복된 삶의 거울' 필사본의 일부인 6쪽 분량의 조각을 발견했다.

이 조각은 미국 예일대학교에 보관된 동일한 필사본에서 사라진 부분과 정확히 일치하는 것으로 확인됐다. 필체 또한 동일인의 것으로 판명됐다.

연구팀은 이를 통해 해당 필사본의 소유주가 존 게이지였음을 증명했다. 종교개혁 기간 내내 가톨릭 신자로 남았던 그가 파괴해야 할 책을 비밀리에 소유하고 있었던 것이다.

서식스대의 케이티 월터 박사는 "게이지가 수도원 해산 과정에서 이 책을 입수했을 가능성이 크다"며 "책을 불태우고 파괴하던 시기에 책을 구하고 소중히 여긴 사람들도 있었다는 것을 보여준다"고 설명했다.

월터 박사는 "게이지와 그의 가족은 가톨릭 문헌과 지식을 보존하려는 거대한 비밀 노력의 일부였다"고 덧붙였다.

케임브리지대의 제임스 웨이드 박사는 "핵심은 게이지가 바로 이런 책들을 파괴해야 할 임무를 맡았음에도 불구하고 안전하게 보관했다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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