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유럽 기준 못 맞추면 수출 불가"…배터리발 '브뤼셀 효과' 온다
- EU, 배터리 전 과정 탄소배출량 검증 의무화
- "섬유·전자제품 등 다른 산업으로 확산 가능성"
유럽연합(EU)의 새 배터리 규제가 전 세계 산업의 지속가능성 표준을 바꾸는 '브뤼셀 효과'를 촉발할 수 있다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
20일(현지시간) 국제응용시스템분석연구소(IIASA)와 네덜란드 레이던대, 중국 난징대 공동 연구팀은 이 같은 내용을 담은 논문을 국제학술지 '사이언스'에 발표했다.
배터리는 원료 채굴부터 제조, 운송, 재활용까지 전 과정에서 탄소 발자국을 남긴다. 하지만 공급망이 세계화된 반면 환경 평가 규칙은 국가나 지역별로 달라 배출량을 측정하고 검증하기 어려웠다.
연구팀은 EU의 '배터리 규정(EU) 2023/1542'이 이러한 문제를 해결할 전환점이 될 수 있다고 분석했다. 이 규정은 EU 시장에 출시되는 배터리의 원료, 전력, 제조 공정 등 전 생애주기에 걸친 탄소 배출량 계산과 검증을 의무화한다.
연구 공동 저자인 에드가 허트위치 IIASA 수석연구원은 "EU는 역외에서 생산된 배터리라도 EU가 정의한 증거 수집 규칙에 따라 배출량을 문서화하도록 요구한다"고 설명했다. 유럽은 배터리 공급망의 여러 단계에서 수입 의존도가 높다.
연구팀은 이 접근법이 시장 투명성을 높일 수 있다고 평가했다. 다만, EU의 규제 틀에 맞지 않는다는 이유로 특정 지역의 더 정확한 데이터가 배제될 수 있는 점은 한계로 지적했다.
연구팀은 이를 '브뤼셀 효과' 현상으로 설명했다. 브뤼셀 효과는 전 세계 기업들이 EU 시장에 접근하기 위해 유럽의 규제를 따르면서 EU 표준이 사실상 국제 기준으로 자리 잡는 것을 의미한다. 화학물질규제(REACH), 개인정보보호규정(GDPR)이 대표적 사례다.
배터리 규제에 도입된 '배터리 여권' 제도는 향후 섬유, 전자제품 등 다른 분야의 '디지털 제품 여권' 시스템을 위한 시험 사례가 될 수 있다.
허트위치 연구원은 "EU 배터리 규제는 다른 제품과 다른 지역을 위한 모델이 될 수 있다"면서도 "다만 이 시스템은 EU 중심적이며 다른 지역의 의견이 충분히 반영되지 않았다"고 지적했다. 그는 "실질적인 배출량 감축을 위해서는 생산 지역과 규칙을 공동으로 설계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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