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
압수수색 항의하며 영장 깔고 앉아…대법 "절도죄 아냐"
- 경제적 용법 따라 사용하려는 의사 없어
- 불법영득 의사 불인정, 원심 파기 환송
경찰의 압수수색에 항의하며 영장을 빼앗아 깔고 앉았더라도 절도죄로 처벌할 수 없다는 대법원 판결이 나왔다.
대법원 1부(주심 서경환 대법관)는 절도와 공무집행방해 혐의로 기소된 A씨의 상고심에서 원심판결을 파기하고 사건을 부산지방법원으로 돌려보냈다고 28일 밝혔다.
A씨는 2025년 1월 8일 부산 자택에서 배우자에 대한 압수수색을 집행하던 경찰관들이 자신의 명의로 된 은행·카드 명세서를 압수하자 이에 항의했다. 그는 경찰관과 실랑이를 벌이다 압수수색 영장 원본 등 서류를 빼앗아 소파에 놓고 그 위에 앉았다.
당시 A씨는 "명세서를 돌려주면 서류를 다시 주겠다"고 말하며 반환을 거부했다. 이 과정에서 경찰관의 가슴을 밀치고 손등을 때렸으며, 퇴거하려는 다른 경찰관에게 소금 뭉치를 던진 혐의도 받았다.
1심과 2심은 A씨의 절도 및 공무집행방해 혐의를 모두 유죄로 인정했다. 하급심은 A씨가 상당 기간 영장 등을 점유하고 반환을 거부한 점을 들어 불법으로 재물을 차지하려는 '불법영득의 의사'가 있었다고 판단했다.
그러나 대법원의 판단은 달랐다. 대법원은 절도 혐의에 대해 무죄 취지로 판결했다. 재판부는 A씨가 영장을 가져간 것은 압수된 자신의 명세서를 돌려받기 위한 목적이었을 뿐, 영장을 경제적 용법에 따라 이용·처분하려는 의사가 있었다고 보기 어렵다고 설명했다.
재판부는 "압수수색 영장 원본은 수사기관이 아닌 사람이 그 용법에 따라 이용 및 처분하는 것이 사실상 불가능해 보인다"며 불법영득 의사를 인정하지 않았다. 단순히 타인의 점유를 침해했다는 사실만으로 절도죄가 성립하는 것은 아니라는 법리를 재확인한 것이다.
다만 대법원은 경찰관을 폭행한 공무집행방해 혐의에 대해서는 원심의 유죄 판단을 유지했다. 대법원은 절도죄 부분이 파기돼야 하고, 두 혐의가 경합범 관계에 있어 하나의 형이 선고됐으므로 원심판결 전부를 파기한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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