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T/과학

뇌의 '진정 스위치' 끄는 뇌종양…스스로 성장 환경 조장

  • 가장 공격적인 교모세포종, 억제 뉴런 기능 방해해 성장
  • 기존 간질 치료제로 동물 모델서 종양 증식 억제 효과 확인
AI 생성이미지. /랑펀미디어
AI 생성이미지. /랑펀미디어

가장 공격적인 뇌종양으로 꼽히는 교모세포종이 주변 뇌세포 활동을 조종해 스스로 성장을 촉진하는 새로운 전략이 발견됐다.

27일(현지시간) 미국 베일러 의과대학 연구팀은 동물 모델 연구를 통해 교모세포종이 종양 성장을 억제하는 주변 뇌세포의 역할을 반대로 성장을 촉진하도록 바꾸는 것을 확인했다고 밝혔다. 해당 연구 결과는 국제학술지 '뉴런'(Neuron)에 게재됐다.

연구팀에 따르면 뇌 회로는 흥분성 뉴런과 억제성 뉴런에 의해 조절된다. 흥분성 뉴런은 뇌 회로를 활성화하고, 억제성 뉴런은 이를 진정시키는 신호를 보낸다. 교모세포종은 이 억제성 뉴런의 기능을 방해해 뇌 회로를 과도하게 활성화시켜 성장에 유리한 환경을 만든다.

연구팀은 교모세포종에서 돌연변이가 생긴 여러 간질 유전자를 분석한 결과, 'GAT-1' 단백질을 만드는 유전자에 주목했다. GAT-1은 뇌세포 사이에서 억제성 신호 전달 물질인 '가바'(GABA)를 제거하는 역할을 한다.

실험에서 종양의 GAT-1을 제거하자 종양 성장이 가속화됐다. 이는 교모세포종이 뇌의 진정 작용을 방해한다는 단서가 됐다. 또한 교모세포종은 'DBI'라는 단백질을 대량 생산해 뇌 회로의 과잉 활동과 종양 성장을 촉진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연구팀이 동물 모델에서 종양 주변의 억제성 뉴런을 활성화하자 종양 성장이 감소했다. 반대로 억제성 뉴런의 활동을 막자 종양은 더 빠르게 성장했다.

이를 바탕으로 연구팀은 가바 신호를 증폭시키는 미국 식품의약국(FDA) 승인 항간질제인 로라제팜(LZM)과 발프로산(VPA)을 실험했다. 두 약물 모두 생쥐 모델에서 종양 증식을 유의미하게 감소시키는 효과를 보였다.

연구 공동 저자인 가네쉬 라오 교수는 "이번 연구는 종양 세포 자체뿐만 아니라 종양과 주변 뇌 사이의 신호를 표적으로 삼는 새로운 치료법에 대한 가능성을 열었다"고 설명했다.

벤자민 디닌 교수는 "뇌는 종양 주변을 조용하게 유지하려는 자체 전략을 가지고 있지만, 종양이 진행되면서 이러한 메커니즘을 파괴한다"며 "이번 연구 결과가 교모세포종과 싸우는 새로운 방법으로 이어지길 바란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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