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T/과학

장기기억 저장 여부, 뇌 속 '호두알'이 결정했다

  • 편도체, 감정 넘어 일반 기억 형성에도 핵심 역할
  • 알츠하이머 등 기억 장애 치료 새 표적 가능성
AI 생성이미지. /랑펀미디어
AI 생성이미지. /랑펀미디어

뇌에서 호두알만 한 크기인 편도체가 어떤 경험을 장기기억으로 남기고 어떤 것을 잊을지 결정하는 데 핵심적인 역할을 한다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

27일(현지시간) 미국 시더스-사이나이 헬스 사이언스 대학교 연구팀은 편도체가 장기기억 형성에 기존에 알려진 것보다 훨씬 광범위한 역할을 한다는 사실을 발견했다고 밝혔다. 이 연구 결과는 국제학술지 '네이처 뉴로사이언스'에 실렸다.

뇌 측두엽 깊숙한 곳에 위치한 편도체는 주로 감정 및 사회적 행동과 연관된 것으로 알려져 왔다. 기억과 관련해서는 공포나 강한 감정을 불러일으키는 경험을 학습하고 회상하는 데 역할이 국한되는 것으로 여겨졌다.

하지만 이번 연구는 편도체가 일반적인 장기기억을 형성하는 데도 중요한 '필터' 역할을 한다는 점을 규명했다.

연구 교신 저자인 울리 루티샤우저 시더스-사이나이 신경과학·의학센터장은 "편도체 내 특정 뉴런의 활동이 어떤 이미지를 처음 봤을 때 그것이 나중에 기억될지 여부를 예측한다는 것을 보여준다"고 말했다. 그는 "어디에 주차했는지, 최근 가족 휴가를 어떻게 보냈는지와 같은 일화적 자서전 기억은 일상생활과 자아 정체성에 매우 중요하다"고 덧붙였다.

연구팀은 뇌가 새로운 경험을 장기기억으로 저장하는 능력이 편도체 내 특정 유형의 뉴런에 달려있음을 발견했다. 이 뉴런들은 얼굴, 동물, 풍경 등 특정 범주의 이미지에 선택적으로 반응했다. 특정 범주에 반응하는 뉴런이 해당 범주의 이미지를 볼 때 더 강하게 반응할수록, 나중에 그 이미지를 회상할 가능성이 더 컸다.

이번 연구 데이터는 뇌전증 발작을 관찰하기 위해 뇌에 전극을 이식한 수술 환자 112명의 단일 뉴런 활동 기록에서 나왔다. 참가자들은 이전에 본 적 없는 새로운 이미지를 본 뒤, 같은 날 나중에 해당 이미지를 회상하도록 요청받았다.

루티샤우저 교수는 "알츠하이머병이나 측두엽 뇌전증에서 보이는 기억 장애가 부분적으로는 편도체 내 과정의 손상 때문일 수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따라서 편도체는 신경 조절이나 세포 치료법을 사용해 이러한 질환을 치료하기 위한 새로운 표적이 될 수 있다"고 밝혔다.

미국 국립보건원(NIH)의 마우리시오 랑헬-고메즈 박사는 "이번 연구는 인간 편도체의 역할에 대한 기계론적 통찰력을 제공하는 영향력 있는 연구"라며 "차세대 도구를 사용한 이 엄격한 인간 신경과학 연구는 발견을 측정 가능한 건강 영향으로 전환할 높은 잠재력을 가지고 있다"고 평가했다.

연구 공동 저자인 아담 마멜락 시더스-사이나이 뇌전증·기능신경외과 프로그램 책임자는 "이러한 새로운 지식을 환자의 삶을 개선하는 데 적용하는 데 집중하고 있다"고 말했다. 연구팀은 향후 편도체가 소리나 냄새와 같은 다른 감각에 대한 기억 형성에도 비슷한 역할을 하는지 연구할 계획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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