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T/과학

'뇌 질환 원인' 단백질의 반전…정자 속 유전물질 배달부였다

  • 알츠하이머병 연관 아밀로이드, 정자 기능에 핵심 역할
  • 향후 유전자 편집 기술 CRISPR 개선에 기여 기대
AI 생성이미지. /랑펀미디어
AI 생성이미지. /랑펀미디어

뇌 질환의 주된 원인으로 지목되는 단백질이 정자 세포에 유전 물질을 전달하는 핵심 역할을 한다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

26일(현지시간) 미국 컬럼비아대학교 주커만 연구소 연구팀은 '아밀로이드' 단백질이 정액 내에서 유전 물질인 RNA를 정자로 옮기는 데 기여한다는 사실을 규명했다고 밝혔다. 연구 결과는 국제학술지 '분자세포(Molecular Cell)'에 게재됐다.

아밀로이드는 알츠하이머병, 파킨슨병 등 퇴행성 뇌 질환의 특징으로 알려져 있지만, 몸 전체에서 기능적인 역할을 하기도 한다. 연구팀은 정액에 존재하는 아밀로이드 섬유가 인체면역결핍바이러스(HIV)의 세포 침투를 돕는다는 기존 연구에서 이번 연구를 착안했다.

연구팀은 아밀로이드가 바이러스뿐만 아니라 체내 유전 물질인 RNA도 정자로 전달할 수 있을 것이라 가정했다. 양전하를 띠는 아밀로이드와 음전하를 띠는 RNA는 자석처럼 서로 끌어당기는 성질이 있다. 연구팀은 아밀로이드가 깨지기 쉬운 RNA를 감싸 보호하는 역할도 할 것으로 추측했다.

연구팀은 극저온 전자 단층 촬영(cryo-ET) 기술을 이용해 아밀로이드 섬유가 실제로 정자 세포 내부로 들어가는 것을 3D 이미지로 확인했다. 또한 아밀로이드가 RNA의 정자 세포 유입 속도를 크게 높이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번 발견은 부모의 경험이 자녀에게 유전되는 '후성유전학적 변형'의 원리를 설명하는 데 기여할 수 있다. 정액 속 RNA는 자손의 유전자를 켜거나 끄는 역할을 할 수 있는데, 아밀로이드가 이 과정을 돕는다는 것이다.

연구팀은 아밀로이드가 향후 크리스퍼(CRISPR)와 같은 유전자 편집 기술의 전달 도구로 사용될 가능성도 제시했다. 기존 유전자 치료에 사용되는 변형 바이러스는 면역 반응을 유발할 수 있지만, 인체 기반의 아밀로이드 섬유는 이러한 부작용이 적을 것으로 기대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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