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T/과학

'자가수분·타가수분 공존' 식물의 제3의 번식 상태 발견

  • 장기간 불안정하게 비율 변하며 공존
  • 기후변화 등 환경 압력 대응 방식 제시
AI 생성이미지. /랑펀미디어
AI 생성이미지. /랑펀미디어

식물 집단이 자가수분(제꽃가루받이)이나 타가수분(딴꽃가루받이) 중 한 가지 번식 전략을 택하는 대신, 두 가지를 모두 유지하는 '휘발성 혼합' 상태가 가능하다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

26일(현지시간) 이스라엘 히브리대학교 연구팀은 진화 컴퓨터 시뮬레이션을 통해 자가수분 가능 식물과 불가능 식물이 장기간 공존하는 상태를 발견했다고 밝혔다. 이 연구 결과는 국제학술지 'PRX 라이프'에 게재됐다.

식물의 번식 전략에는 장단점이 있다. 자가수분은 짝이나 꽃가루 매개자가 드물 때 유용하지만, 유해한 유전 돌연변이가 후손에 영향을 미칠 '근친교배 약세' 현상을 초래할 수 있다.

반면 많은 식물은 유전적 메커니즘인 '자가불화합성'을 통해 자신의 꽃가루를 거부한다. 이는 유전적으로 다른 개체 간의 번식을 촉진해 집단 내 다양성을 유지하는 데 도움을 준다. 자가불화합성은 전체 식물 과의 약 40%에서 발견되며 토마토, 사과, 커피 등이 포함된다.

기존 학계에서는 두 방식이 섞인 집단은 한쪽으로 넘어가는 과도기적 단계이거나, 고정된 비율로 안정된 상태일 것으로 추정했다. 하지만 이번 연구는 제3의 가능성을 제시했다.

연구팀이 발견한 '휘발성 혼합 상태'에서는 자가수분 식물과 타가수분 식물의 비율이 시간이 지남에 따라 크게 변동하면서도 어느 한쪽이 사라지지 않고 오랫동안 공존했다.

연구팀은 "불안정성이 반드시 하나의 최종 상태로 가는 과도기를 의미하지 않는다는 점이 놀라웠다"며 "자연에서 일시적이거나 불안정해 보이는 상황이 실제로는 지속적인 진화 상태일 수 있다"고 설명했다.

또한 꽃가루 매개자가 부족해 꽃가루가 줄면 자가수분이 유리할 것으로 예상되지만, 시뮬레이션 결과는 달랐다. 꽃가루 부족 현상이 오히려 타가수분을 유지하는 조건을 넓힐 수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번 연구는 이론적 모델링 결과로, 실제 자연에서 이러한 상태가 나타나는지 확인하려면 장기적인 현장 연구가 필요하다. 연구팀은 이번 발견이 기후 변화, 서식지 이동, 꽃가루 매개자 감소 등 환경 변화에 식물이 어떻게 적응하는지 이해하는 데 중요한 단서를 제공한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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