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T/과학
인간과 침팬지 뇌, 가른 건 '고대 바이러스'였다
- 수백만년 전 침팬지 감염시킨 바이러스, 뇌 발달 유전자 꺼
- 인간은 해당 유전자 활성 상태로 남아…뇌 다르게 발달
인간과 침팬지의 뇌가 다르게 발달한 이유가 수백만 년 전 유행한 바이러스 때문일 수 있다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
23일(현지시간) 스웨덴 룬드대학교 연구팀은 침팬지의 DNA에 남은 고대 바이러스가 인간에게는 활성화된 특정 유전자를 껐다는 사실을 발견했다. 이 연구 결과는 국제학술지 '사이언스 어드밴시스'에 실렸다.
연구팀에 따르면 수백만 년 전 침팬지 집단을 감염시킨 내인성 레트로바이러스 'PTERV1'의 유전 물질이 침팬지 유전체에 남아 세대를 거쳐 전달됐다. 이 바이러스 잔해는 인간의 초기 뇌 발달에 중요한 역할을 하는 'LINC00662' 유전자를 침팬지에게서 비활성화시키는 것으로 나타났다.
연구팀은 인간과 침팬지의 줄기세포를 이용해 뇌 오가노이드(유사 장기)를 만들었다. 오가노이드를 비교한 결과, LINC00662 유전자는 인간 모델에서는 활발하게 발현됐지만 침팬지 모델에서는 완전히 침묵했다.
바이러스 잔해가 원인인지 확인하기 위해 유전자 가위 기술(CRISPR-Cas9)을 사용했다. 침팬지 세포에서 바이러스 DNA 서열을 제거하자 LINC00662 유전자가 다시 발현됐다.
룬드대학교의 파트리샤 게르데스 박사후연구원은 "이는 바이러스 삽입이 침팬지에게서 유전자가 꺼진 원인이라는 것을 보여준다"고 설명했다.
연구팀은 인간 뇌 오가노이드에서 LINC00662 유전자를 비활성화하는 실험도 진행했다. 그 결과 신경세포 발달과 신경세포 간 연결 형성에 관여하는 유전자들의 활동이 감소했다.
이번 연구는 인간과 침팬지의 차이가 단순히 어떤 유전자를 가졌는지가 아니라, 어떤 유전자가 활성화되는지에 따라 달라질 수 있음을 시사한다. 연구팀은 향후 다른 바이러스 잔해가 뇌 진화에 미친 영향과 뇌 질환과의 연관성을 조사할 계획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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