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T/과학
새 항생제 실마리, 박테리아 '무기 공장' 진화에 있었다
- 자연선택, 유전적 부동, 재조합 편향 복합 작용
- 기존 항생제 내성 극복할 새 후보물질 발견 기대
박테리아가 항생제 등 자체 무기를 만드는 과정이 자연선택뿐 아니라 유전적 우연과 특정 경향성의 복합 작용이라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
23일(현지시간) 독일 막스플랑크 지구미생물학 연구소와 마르부르크 대학교 공동 연구팀은 박테리아가 만드는 비리보솜 펩타이드(NRP)의 진화 과정을 분석해 이같이 밝혔다. 연구 결과는 국제학술지 '네이처 생태 및 진화'에 실렸다.
NRP는 강력한 항생물질의 원료가 되는 화합물로, 비리보솜 펩타이드 합성효소(NRPS)라는 분자 조립 라인에서 만들어진다. NRPS는 여러 전문 모듈이 아미노산을 차례로 붙여 펩타이드를 생산하는 방식으로 작동한다.
일반 단백질이 개별 DNA의 무작위 돌연변이를 통해 진화하는 것과 달리, NRP는 유전자 절편 전체를 교환하는 '재조합' 방식으로 진화한다. 이 과정은 새로운 화학적 특성을 지닌 펩타이드를 만들어낸다.
연구팀은 곤충 유충을 감염시키는 선충의 장에 사는 박테리아가 만드는 살충 물질 '게임엑스펩타이드'(GXP)를 분석 대상으로 삼았다. 이 시스템은 포식자, 숙주, 기생충의 관계로 진화적 압력이 발생한다.
분석 결과, 연구팀은 이전에 알려지지 않았던 49개의 다양한 GXP 변종을 확인했다. 특히 독립적으로 진화한 여러 박테리아 계통이 동일하거나 유사한 펩타이드 구조를 만드는 '수렴 진화' 현상도 발견했다.
연구팀은 GXP의 다양성이 세 가지 힘의 결과라고 설명했다. 첫째는 '자연선택'으로, 특정 GXP 변종이 특정 곤충에 더 효과적이라는 사실이 실험으로 확인됐다. 둘째는 뚜렷한 이점 없이 무작위로 발생하는 '유전적 부동'이다. 셋째는 유사한 유전자 모듈 사이에서 재조합이 더 자주 일어나는 '재조합 편향'이다.
연구팀은 이러한 발견이 기존 항생제에 내성을 가진 균을 극복할 새로운 활성 물질을 찾는 데 기여할 수 있다고 봤다. 많은 항생제 역시 NRP에 속하기 때문에, 이들의 진화 과정 속에 아직 발견되지 않은 새로운 변종이 숨어있을 수 있다는 것이다.
연구를 이끈 헬게 보데 교수는 "박테리아 천연물의 다양성을 뒷받침하는 메커니즘을 더 잘 이해하면 기존 내성을 극복하는 새로운 항생제를 발견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제1 저자인 세바스티안 카이저는 "우리는 천연물 진화 이해의 시작점에 서 있을 뿐"이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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