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T/과학
암세포가 내뿜는 일산화탄소, 암세포 죽이는 '독'으로 변신
- 암세포 내 과잉 일산화탄소 활용해 항암제 생성
- 정상세포는 건드리지 않고 암세포만 선택적 공격
일본 연구진이 암세포가 스스로 만들어내는 일산화탄소를 이용해 암세포 내부에서 항암제를 생성하는 기술을 개발했다.
22일(현지시간) 일본 이화학연구소(RIKEN) 개척연구본부(PRI)의 다나카 카츠노리 교수 연구팀은 암세포에서 과잉 생산되는 일산화탄소를 활용해 세포 내부에서 항암제를 만드는 개념증명 연구 결과를 발표했다. 이 기술은 암세포만 선택적으로 표적하고 정상 세포 손상을 피할 수 있다. 연구 결과는 국제학술지 '네이처 커뮤니케이션스'에 실렸다.
연구팀의 목표는 인체에 무해한 화합물을 주입한 뒤, 이 화합물이 암세포에 도달했을 때 항암제로 바뀌게 하는 것이다. 다수의 암세포는 독성 가스인 일산화탄소를 생성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연구팀은 '팔라다사이클'이라는 금속 촉매를 세포 안으로 가져와 과잉 생성된 일산화탄소와 반응시켜 독성 화합물 '페난트리디논'을 만드는 시스템을 시험했다. 페난트리디논 유도체는 세포를 죽이는 독성을 지녀 항암제에 사용된 바 있다. 이 반응은 일산화탄소가 많은 암세포에서만 일어나고 정상 세포에서는 발생하지 않는다.
다만 팔라다사이클은 세포 내 글루타치온 같은 분자에 의해 쉽게 파괴되는 문제가 있었다. 연구팀은 혈액 단백질인 알부민 내부에 팔라다사이클을 넣어 이 문제를 해결했다. 알부민-팔라다사이클 복합체는 혈액 속에서 안전하게 이동하며 세포에 들어간 뒤에도 금속 촉매를 보호한다.
연구팀은 이 복합체를 인간의 간, 자궁경부, 유방, 폐암 세포주와 비암성 세포주에 48시간 동안 배양했다. 그 결과, 암세포주에서만 원하는 항암 물질이 생성됐고 정상 세포에서는 생성되지 않았다. 간암 세포주 실험에서는 세포 내부에서 생성된 약물로 인해 암세포가 사멸하는 것을 관찰했다.
혈액 내 일산화탄소로 인해 약물이 조기에 생성될 우려도 있었으나, 혈액 속 일산화탄소는 헤모글로빈과 결합해 있어 반응에 사용되지 않는 것으로 확인됐다.
다나카 교수는 "질병 관련 대사산물을 포함해 체내에 자연적으로 존재하는 분자를 원료로 사용해 질병 부위에서 직접 치료 분자를 합성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연구팀은 다음 단계로 배양 세포가 아닌 동물 모델에서 연구를 진행할 계획이다.
이런 기사도 있어요
어떤 기사가 필요하신가요?
우리 뉴스룸에 맞는 구독·활용 방법을 함께 이야기해 보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