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
AI 기본법 4년 반 표류…쏟아지는 기술 법안에 국회 심사기능 마비
- 17대 국회 이후 발의 7.4배 늘었지만 가결률은 절반 '뚝'
- STEPI 보고서 "독립적 기술영향평가 전담기구 필요"
인공지능(AI)과 반도체 등 첨단기술 관련 입법 수요는 폭증하고 있으나 국회의 심사 역량이 이를 따라가지 못해 구조적 병목 현상이 발생하고 있다는 분석이 나왔다.
20일 과학기술정책연구원(STEPI)이 발간한 '국회의 과학기술 대응 역량 제고를 위한 입법지원체계 연구' 보고서에 따르면, 17대 국회부터 22대 국회까지 발의된 과학기술 분야 법안은 총 3만9459건으로 전체의 37.6%를 차지했다.
연간 과학기술 법안 발의 건수는 2004년 434건에서 2025년 3191건으로 약 7.4배 급증했다. 특히 의원발의 비중이 17대 국회 69.1%에서 22대 92.7%로 크게 늘어난 반면, 정부제출 법안은 18.6%에서 2.0%로 줄어 국회의 심사 부담이 가중된 것으로 나타났다.
보고서는 입법 수요가 급증했지만 심사·처리 역량은 정체돼 구조적 괴리가 발생했다고 지적했다. 실제로 의원발의 법안의 가결률은 17대 14.8%에서 21대 7.5%로 절반 수준으로 떨어졌고, 임기만료로 폐기되는 법안 비율은 36.5%에서 60.2%로 치솟았다.
법안 처리 기간도 길어졌다. 의원발의 법안의 평균 입법 소요 기간은 17대 211.8일에서 21대 294.3일로 늘었다. 보고서는 약 4년 6개월 만에 제정된 '인공지능 기본법' 사례를 들며 입법 지연이 혁신 지원체계의 제도화 지연으로 이어진다고 분석했다.
보고서는 현재 국회 입법지원체계가 과학기술 분야에 특화된 전문성을 제공하기에 한계가 있다고 진단했다. 국회입법조사처는 소수 인력이 광범위한 분야를 담당하고, 예산정책처는 재정 타당성 분석에 초점이 맞춰져 있으며, 미래연구원은 현안 대응에 제약이 있다는 것이다.
이에 보고서는 국회가 과학기술 분야에서 독립적인 검증·조정 주체로 거듭나야 한다고 제언했다. 단기적으로는 입법조사처 내 기술자문 기능을 확대하고, 중장기적으로는 국회 소속의 독립적인 전담 기구를 설치하는 단계적 방안을 제시했다.
새로운 전담 기구는 첨단기술 심층분석, 기술영향평가, 중장기 기술 전망 등에 특화해야 한다고 보고서는 덧붙였다. 또한 정부 부처에 대한 자료 제출 요구권을 법률로 보장해 행정부로부터 독립성을 확보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런 기사도 있어요
어떤 기사가 필요하신가요?
우리 뉴스룸에 맞는 구독·활용 방법을 함께 이야기해 보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