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활/문화
536억짜리 여성영화, 톰 크루즈 눌렀다…데이터는 '우연 아냐'
- 여성 각본 영화, 남성 영화보다 수익성 34% 높아
- "익숙함에 의존"…할리우드, 거대 자본은 여전히 남성에게
앤 해서웨이와 다코타 존슨이 주연한 저예산 스릴러 영화가 톰 크루즈 주연의 대작을 압도하는 이변을 낳았다. 이는 여성 제작 영화의 높은 수익성을 입증하는 데이터와 일치하는 결과로 분석된다.
지난 10월 첫째 주말(현지시간) 개봉한 심리 스릴러 '베리티'는 제작비 4000만달러(약 536억원)로 전 세계에서 4626만달러(약 620억원)의 오프닝 주말 수입을 기록했다. 반면 톰 크루즈 주연의 풍자 영화 '디거'는 제작비가 최대 1억8000만달러(약 2412억원)에 달했지만, 같은 기간 흥행 수입은 2000만달러(약 268억원)에 그쳤다.
이러한 결과는 우연이 아니라는 분석이 나온다. 독일 요하네스 구텐베르크 대학 연구팀이 발표한 연구에 따르면, 여성이 각본을 쓴 영화는 남성만 제작한 영화보다 수익성이 더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1994년부터 2023년까지 개봉한 영화 4200여편을 분석한 결과, 여성이 각본에 참여한 영화의 수익 중간값은 약 3590만달러(약 481억원)였다. 이는 남성만 제작한 영화의 2680만달러(약 359억원)보다 34% 높은 수치다. 투자수익률(ROI) 중간값 역시 여성 각본 영화가 1.1로, 남성 제작 영화(0.88)를 앞섰다.
하지만 할리우드의 거대 자본은 여전히 남성에게 편중되고 있다. 상위 10% 예산 영화의 74.8%, 상위 1% 예산 영화의 88.6%가 남성만으로 제작된 작품이었다. 지난 30년간 여성 감독이 연출한 영화 중 예산 상위 1%에 포함된 작품은 단 한 편도 없었다.
미국 샌디에이고 주립대학 연구에서도 여성의 입지가 좁아지는 경향이 확인됐다. 흥행 상위권 영화 중 여성 주인공의 비율은 2024년 42%에서 2025년 29%로 하락했다. 2025년 기준 흥행 상위 250편의 영화에서 여성 작가 비중은 20%, 여성 감독은 13%에 불과했다.
연구진은 이러한 자본 배분 불균형의 원인으로 영화 산업의 '위험 회피적' 의사결정 방식을 꼽았다. 영화 투자는 위험성이 높아 제작사들이 데이터보다 과거 성공 방식이나 익숙한 인물에 의존하는 경향이 있다는 것이다. 이는 결과적으로 수익성이 입증된 여성 제작진에게 투자가 돌아가지 않는 현상으로 이어진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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