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역 · 경북 문경
문경시, 통장엔 월 163만원 마을엔 잊었던 ‘우리’가 돌아왔다
- 문경 오미에그 '계란연금' 현실로…10월 참여농가 평균 순수익 151만 6,910원
- 15평 계사·산란계 280마리…이웃 세 마을의 농가와 배우자들이 함께 일군 변화
“닭으로 이야기를 시작하고 닭으로 이야기를 마칩니다. 이게 뭐라고, 닭 이야기만 하면 그렇게 즐겁습니다.”
경북 문경시 농암면 선곡리에 사는 곽정호 씨의 말이다. 쌀농사와 과수농사, 시설채소농사 등 저마다 바쁜 농사일을 하는 이웃들이 요즘 모이기만 하면 닭 이야기부터 꺼낸다.
지난 6월 4일, 생후 90일 된 중추를 입식하면서 시작된 변화다. 불과 5개월 만에 닭은 농가의 새로운 소득원이 됐고, 서로 다른 마을에 사는 농민들을 하나로 묶어주는 연결고리가 됐다.
그 변화는 실제 농가의 통장에서도 확인된다.
문경시 공공브랜드 ‘오미에그(OMI-EGG)'에 참여한 곽 씨의 10월 한 달(10월 1~31일) 계란 판매 순수익은 163만 5,750원이다. 10월 20일 81만 4,250원, 11월 5일 82만 1,500원이 두 차례에 걸쳐 입금됐다.
곽 씨만의 특별한 성과도 아니다. 오미에그 참여농가의 10월 평균 정산액은 151만 6,910원이다. 문경시가 올해 20농가를 대상으로 시작한 시범사업에서 이른바 ‘계란연금'이 실제 농가소득으로 이어지고 있는 것이다.
오미에그의 특징은 농가가 생산에 집중할 수 있도록 사육과 유통의 역할을 분담한 데 있다.
계사는 보조금으로 설치하고, 문경 특산물인 오미자를 활용한 전용사료는 무상으로 공급한다. 농가는 닭을 돌보고 생산된 계란을 마을 공동집하장에 가져다 놓으면 된다. 이후 수거와 선별·포장·판매는 공동 유통체계에서 담당한다.
농가가 최초로 부담하는 것은 중추 입식비용이다. 다음 입식부터는 플랫폼 운영업체가 중추를 무상 공급하기로 약속해 재입식에 따른 농가의 부담도 줄이는 구조다.
이에 따라 농가가 정기적으로 받는 계란 판매 정산금은 별도의 사료 구입비나 유통비를 공제할 필요가 없는 운영 순수익이다. 다만 최초 중추 구입비는 초기 투자비용에 해당한다.
농가는 하루 약 1시간의 사육관리와 계란 수거 작업으로 기존 농사를 유지하면서 새로운 현금소득을 얻을 수 있다.
농가가 생산부터 판매까지 모든 것을 책임져야 했던 기존 농업 방식과 달리, 소규모 농가도 공동 플랫폼을 통해 일정한 소득을 얻을 수 있는 가능성을 보여주고 있다.
그런데 곽 씨가 계란연금만큼이나 소중하게 생각하는 것이 있다. 사람이다.
농암면의 오미에그 생산공동체는 지동리 7농가, 선곡리 1농가, 사현리 2농가 등 서로 이웃한 세 마을의 10농가로 구성돼 있다.
지동리를 중심으로 추진한 시범사업에 인접 마을 농가들이 함께 참여하면서 자연스럽게 하나의 생산공동체가 형성됐다.
곽 씨는 이들 10농가 가운데 가장 막내다. 가장 나이가 많은 참여농가는 74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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