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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0년 묵은 장 바이러스 미스터리…“사람 아닌 세균 감염”

  • 피코비르나바이러스, 인체 세포 아닌 장내 세균 감염 확인
  • 세균 감염 RNA 바이러스로는 세 번째…장 질환 연구 새 전기
AI 생성이미지. /랑펀미디어
AI 생성이미지. /랑펀미디어

수십 년간 인체 세포를 직접 감염시켜 위장 질환을 일으키는 것으로 알려졌던 장내 바이러스가 실제로는 세균을 감염시킨다는 사실이 40년 만에 밝혀졌다.

29일(현지시간) 미국 세인트루이스 워싱턴 의과대학교 연구팀은 장내 미생물 군집의 일종인 '피코비르나바이러스'가 인체 세포가 아닌 장내 세균을 감염시킨다는 연구 결과를 국제학술지 '네이처 마이크로바이올로지'에 발표했다.

이번 발견으로 피코비르나바이러스는 박테리아를 감염시키는 것으로 알려진 세 번째 RNA 바이러스 과(科)로 재정의됐다. 연구팀은 이번 성과가 바이러스학 분야의 중요한 이정표라고 설명했다.

피코비르나바이러스는 약 40년 전 설사 환자의 대변 샘플에서 처음 발견됐다. 당시 연구자들은 이 바이러스가 로타바이러스나 노로바이러스처럼 직접 인체 세포를 공격해 위장 질환을 유발한다고 추정했다.

그러나 연구팀은 유전학 연구에 자주 사용되는 현미경 수준의 회충인 '예쁜꼬마선충'을 연구하던 중 우연히 피코비르나바이러스의 유전 물질 흔적을 발견했다. 이를 계기로 바이러스가 인체가 아닌 세균을 감염시킬 수 있다는 가설을 세우고 연구에 착수했다.

연구팀은 무균 쥐에 사람의 대변 샘플을 주입해 바이러스가 증식할 수 있는 실험 모델을 만들었다. 이후 쥐의 장에서 바이러스 군집을 채취해 산소가 없는 환경에서 장내 세균과 함께 배양했다. 포유류 세포는 산소 없이 생존할 수 없지만, 바이러스는 20일 이상 증식했다. 이는 바이러스가 세균 내부에서 증식했음을 시사한다.

또한, 세균을 죽이는 항생제를 투여하자 바이러스 증식도 멈췄다. 연구팀은 분자 영상 기술을 통해 새롭게 발견한 장내 세균 '칸디다투스 아나이로티그눔 파이칼리스' 내부에서 피코비르나바이러스를 직접 확인했다.

그동안 피코비르나바이러스는 급성 설사, 이식편대숙주병, 제1형 당뇨병 등과 연관이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연구팀은 이 바이러스가 인체 세포를 직접 감염시키지는 않지만, 유익한 장내 세균을 파괴해 해로운 병원균이 증식하도록 하거나 염증 반응을 유발해 건강에 영향을 줄 수 있다고 설명했다.

연구를 이끈 데이비드 왕 교수는 "바이러스가 인체 건강에 미치는 영향을 이해하는 첫 단계는 무엇을 감염시키는지 아는 것"이라며 "피코비르나바이러스가 세균을 감염시킨다는 사실은 연구의 초점을 미생물 군집으로 옮기게 하며, 표적 치료법 개발의 새로운 기회를 열어준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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