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T/과학

"총알 없이 무기만으로"…퍼포린, 암세포 사멸 새 원리

  • 보조 단백질 '그랜자임' 없이 '페롭토시스' 유도
AI 생성이미지. /랑펀미디어
AI 생성이미지. /랑펀미디어

면역세포가 만드는 단백질 '퍼포린'이 기존에 알려진 방식과 달리 보조 단백질 없이도 독자적으로 암세포를 사멸시킬 수 있다는 새로운 연구 결과가 나왔다.

29일(현지시간) 미국 미시간대학교 로겔 암센터 연구팀은 하버드 의과대학과 공동으로, 면역 단백질 퍼포린이 주요 보조 단백질인 '그랜자임' 없이도 암세포를 죽일 수 있다는 사실을 발견했다고 밝혔다. 이 연구 결과는 국제학술지 '셀(Cell)'에 실렸다.

기존 학계에서는 T세포나 자연살해(NK)세포 같은 면역세포가 퍼포린을 이용해 암세포 벽에 구멍을 뚫고, 그 안으로 '그랜자임'이라는 단백질 분해 효소를 주입해 암세포를 죽이는 것으로 알려져 왔다.

연구를 이끈 웨이핑 저우 교수는 "T세포와 NK세포가 군인이라면 퍼포린은 무기, 그랜자임은 총알이라는 것이 고전적인 이해였다"고 설명했다.

그러나 연구팀은 주요 그랜자임이 없는 상황에서도 암세포가 사멸하는 것을 확인했다. 퍼포린은 단독으로 '페롭토시스(ferroptosis)'라는 세포 사멸을 유도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페롭토시스는 세포 내 철(Fe) 의존적으로 지질 과산화물이 축적돼 세포가 죽는 방식이다.

연구에 따르면 퍼포린은 암세포의 세포막에 구멍을 낼 뿐만 아니라, 세포의 철 흡수 과정을 방해해 미토콘드리아를 포함한 세포 내부에 철이 과도하게 쌓이게 만든다. 이렇게 축적된 철은 지질을 빠르게 산화시키고, 결국 암세포의 전체 시스템을 망가뜨려 사멸에 이르게 한다.

연구팀은 체외 실험, 동물 실험, 실제 암 환자 데이터 분석 등 세 가지 방향으로 연구를 진행해 이 같은 결론을 얻었다. 실제로 퍼포린 발현율이 높은 암 환자일수록 생존율이 높고 면역관문억제제 치료에 더 나은 반응을 보였다.

연구팀은 이번 발견이 모든 암 환자에게 고철분 식단을 권장하는 것을 의미하지는 않는다고 경고했다. 일부 암은 철분이 풍부한 환경에서 오히려 성장이 촉진될 수 있기 때문이다.

저우 교수는 "이번 연구처럼 세포 사멸에 대한 이해를 높이는 것은 근본적이고 매우 중요하다"며 "앞으로 세포 사멸 메커니즘을 더 깊이 연구해 임상 적용으로 나아갈 것"이라고 말했다.

목록으로

이런 기사도 있어요

어떤 기사가 필요하신가요?

우리 뉴스룸에 맞는 구독·활용 방법을 함께 이야기해 보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