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0여종의 항암제 개발에 초석을 놓은 과학자가 세계적 권위의 알바니 의학·생의학 연구상을 받는다.

2일(현지시간) 미국 솔크 연구소는 소속 교수인 토니 헌터(Tony Hunter) 박사가 2026년 '알바니상' 수상자로 선정됐다고 밝혔다. 캘리포니아대 로스앤젤레스(UCLA)의 종양학자 데니스 슬레이먼 박사도 공동 수상자로 이름을 올렸다. 알바니 의대는 두 사람의 암 생물학 발견이 전 세계 수백만 명의 생명을 구했다고 평가했다.

헌터 박사는 암세포 증식에 관여하는 분자 스위치인 '티로신 인산화(tyrosine phosphorylation)'를 규명한 공로를 인정받았다. 이 발견은 1979년 우연한 실험 환경 변화 덕분에 이뤄졌다.

그는 단백질 내 아미노산인 티로신에 인산염 그룹을 추가하는 이 과정을 통해 세포 성장을 조절하는 새로운 효소군 '티로신 키나아제(tyrosine kinases)'를 발견했다. 이후 연구를 통해 특정 암에서 이 효소가 과도하게 활성화된다는 사실을 밝혀냈다. 이는 표적항암제 개발의 기틀이 됐다.

헌터 박사의 연구에 기반해 2001년 미국 식품의약국(FDA) 승인을 받은 티로신 키나아제 억제제 '이매티닙(글리벡)'이 대표적이다. 이 약물은 만성 골수성 백혈병을 관리 가능한 질환으로 바꿨다. 현재 헌터 박사의 기초 연구 덕분에 100가지가 넘는 관련 항암제가 사용되고 있다.

알바니상은 2001년부터 매년 의학과 생의학 연구 분야에서 뛰어난 업적을 기리기 위해 수여돼왔다. '실험실에서 병상까지' 환자의 삶을 개선한 과학자를 발굴한다는 취지로 설립됐다.

수상자에게는 6억7000만원(50만달러)의 상금이 수여된다. 이 상은 마티·도로시 실버만 재단이 알바니 메디컬 센터에 670억원(5000만달러)을 기부 약정하면서 100년간 지속될 수 있게 됐다. 노벨상에 버금가는 권위를 인정받는다.

역대 수상자로는 앤서니 파우치 전 국립알레르기·전염병연구소장, 유전자 가위 기술(CRISPR) 개척자인 에마뉘엘 샤르팡티에와 제니퍼 다우드나, mRNA 백신 개발자인 커털린 커리코와 드루 와이스먼 등이 있다.

제럴드 조이스 솔크 연구소 소장은 "기초 발견에 대한 헌터 박사의 헌신은 암 생물학과 치료법을 변화시켰다"고 말했다.

헌터 박사는 "아직 알려지지 않은 것이 훨씬 많다"며 "지금은 상상할 수 없는 새로운 생물학적 원리가 나타날 것이라고 확신한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