항생제 복용 중 당 섭취를 줄이면 장내 미생물 군집(마이크로바이옴)을 보호하는 데 도움이 될 수 있다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

미국 시티오브호프 병원 연구팀은 항생제를 투여받는 동안 당 섭취량이 많은 환자일수록 장내 미생물 다양성이 크게 감소한다는 연구 결과를 국제학술지 '네이처'에 30일(현지시간) 발표했다.

연구팀은 혈액암으로 입원한 환자 173명을 대상으로 5년간 연구를 진행했다. 대부분의 환자는 조혈모세포 이식을 앞두고 면역 체계를 억제하기 위해 항생제와 함께 화학 요법, 방사선 치료 등을 받았다.

연구팀은 환자들이 섭취한 9400끼 식사의 4만개 음식 항목을 분석하고, 158명의 환자로부터 채취한 대변 샘플을 통해 장내 미생물 변화를 추적했다.

분석 결과, 항생제를 복용하는 환자가 하루 당 섭취량을 100g 늘릴 때마다 장내 미생물 다양성이 24%씩 감소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대형 밀크셰이크 한 잔에 해당하는 당 함량이다.

특히 당 섭취가 많을수록 장내구균(Enterococcus)과 같은 공격적인 미생물이 다른 유익균을 밀어내고 우세해지는 경향을 보였다. 이는 혈류 감염, 이식편대숙주병 등 생명을 위협하는 합병증 위험을 높일 수 있다.

이러한 연관성은 쥐를 이용한 동물 실험에서도 확인됐다. 항생제와 고설탕 식단을 함께 제공한 쥐는 장내에서 장내구균이 급격히 증식했지만, 항생제 없이 고설탕 식단만 먹은 쥐는 건강한 미생물 군집을 유지했다.

연구를 이끈 마르셀 반 덴 브링크 박사는 "환자 데이터를 분석할 때마다 같은 강력한 신호가 계속 나타났다"며 "항생제 복용 중 단 음식을 많이 섭취한 환자는 미생물 다양성을 잃을 가능성이 더 컸다"고 설명했다.

그는 이어 "병원에서 환자에게 권장하는 영양 셰이크, 스무디 등 상당수가 고당도 식품"이라며 "항생제 처방 시 이런 부분을 재평가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다만 반 덴 브링크 박사는 이번 연구가 암 환자를 대상으로 했기 때문에 모든 항생제 복용자에게 설탕 섭취를 피하라고 권고하기는 시기상조라고 선을 그었다. 그러면서도 "식단에서 설탕을 제한하는 것은 해로울 것이 없으며 시도하기 쉬운 방법"이라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