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연구진이 40년간 '난공불락'으로 여겨진 암 유전자 'MYC'의 증식을 제어하는 원리를 규명해 새로운 치료의 길을 열었다.

2일(현지시간) 미국 폭스 체이스 암센터 암 후성유전학 연구소(CEI) 연구팀은 공격적인 종양 성장과 치료 저항성의 원인인 MYC 유전자 증폭을 제어하고 멈추는 방법을 발견했다고 밝혔다. 이번 연구 결과는 국제학술지 '분자세포(Molecular Cell)'에 게재됐다.

MYC 유전자는 전체 인류 악성 종양의 70%에서 조절 이상이 발견되지만, 기존 소분자 치료제가 결합할 물리적 공간이 없어 40년 이상 '약을 개발할 수 없는(undruggable)' 단백질로 불려왔다.

연구팀은 완성된 단백질 대신 DNA 구조 조립 과정을 표적으로 삼는 방식으로 이 한계를 우회했다. 연구에 따르면 MYC 유전자 증폭은 기존 학설처럼 무작위 돌연변이가 아니라, 특정 후성유전학적 기계 장치에 의해 통제되는 생물학적 과정이었다.

연구팀은 인체 세포 모델과 유전체 분석, 쥐 실험을 통해 DNA를 안정적으로 유지하는 두 종류의 염색질 조절 단백질 'KDM4C'와 'SETD2'가 MYC 유전자 증폭을 막는 문지기 역할을 한다는 사실을 발견했다.

SETD2가 차단되거나 사라지면 KDM4C가 MYC 유전자 부위에 부적절하게 접근해 주변 DNA 환경을 바꾼다. 이후 KDM4C는 세포의 DNA 복제 기계를 끌어들여 MYC 유전자가 반복적으로 복제되도록 유도한다.

연구팀은 정상 염색체를 가진 세포에서도 유전자가위 기술(dCas9)로 KDM4C를 MYC 부위로 유도하는 것만으로 유전자 증폭이 일어나는 것을 확인했다. 논문의 제1 저자인 벤저민 I. 퍼먼은 "MYC 증폭이 유전체 불안정성의 무작위적인 부산물이 아니라, 특정 후성유전학 프로그램이 이 과정을 적극적으로 제어한다는 것을 보여준다"고 설명했다.

연구팀은 MYC의 과도한 활성화가 세포 사멸을 유발하는 안전장치 역할을 하지만, 이 기능이 고장 나면 증폭과 종양 형성이 가능해진다는 점도 발견했다. 특히 종양 억제 유전자인 'TP53'이 사라졌을 때 이러한 현상이 두드러졌다.

후성유전학적 조절 파괴와 TP53 손실이 결합하면 원형의 염색체외 DNA(extrachromosomal DNA)를 포함한 높은 수준의 MYC 증폭으로 이어져 결국 종양 형성을 촉진했다.

이번 발견은 새로운 치료법 개발로 이어질 수 있다. 연구팀은 KDM4C의 활성을 유전적으로 또는 표적 약물로 차단했을 때, MYC 증폭 암세포와 동물 모델을 포함한 여러 실험 시스템에서 MYC 증폭이 감소하는 것을 확인했다.

연구의 교신 저자인 조너선 R. 웨츠스타인 교수는 "MYC 증폭은 이전에 생각했던 것보다 훨씬 역동적이고 통제된 방식으로 나타난다"며 "이는 증폭 상태를 치료적으로 억제할 수 있다는 가능성을 제기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