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여성 10명 중 4명이 건강 문제로 경력에 제약을 겪는다는 조사 결과가 나왔다.

자선사업가 멀린다 프렌치 게이츠가 설립한 단체 피보탈(Pivotal)은 18일(현지시간) 여론조사기관 갤럽과 함께 미국 성인 5000명 이상을 대상으로 진행한 여성 건강 보고서를 발표했다.

보고서에 따르면, 미국 여성의 절반 이상이 최근 5년 내 오진, 통증 무시 등 의료진으로부터 최소 한 번 이상의 부정적인 경험을 한 것으로 나타났다. 응답자 10명 중 3명은 제대로 된 진료를 받기 위해 의료진을 설득해야 했다고 답했다.

건강 문제는 여성의 사회·경제적 활동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쳤다. 여성 4명 중 1명은 자신의 건강 상태가 '보통 이하'라고 답했으며, 40% 이상은 건강이 경력을 제한했다고 밝혔다. 필요한 치료를 받지 못한 여성의 경우 이 비율은 66%까지 치솟았다.

프렌치 게이츠는 이번 보고서 결과를 두고 "여성의 건강이 곧 여성의 권력이자 평등의 근간"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여성 건강 문제 해결을 위해 지난 2년간 6억달러(약 8040억원) 이상을 기부하며 시스템 변화를 촉구해왔다.

그는 현재 의료 시스템의 문제 원인으로 남성 중심적 설계를 꼽았다. 프렌치 게이츠는 "과거 남성 의사들이 남성의 신체를 기준으로 의료 시스템을 만들었다"며 "여성의 신체는 남성과 완전히 다르지만, 시스템은 업데이트되지 않았다"고 지적했다.

보고서는 여성 건강이 임신과 출산에만 국한되는 것이 아니라, 생애 전반에 걸쳐 다뤄져야 한다고 제언했다. 18~44세 여성 3명 중 1명은 임신 외 생식기 문제를 겪고 있으며, 65세 이상 여성의 절반 가까이는 심혈관 질환 진단을 받은 것으로 조사됐다.

다만 변화의 가능성도 확인됐다. 이번 조사에서 미국인 10명 중 6명은 여성 건강이 국가적 우선순위가 되어야 한다고 답했다. 프렌치 게이츠는 "남성들도 자신의 아내, 딸, 어머니가 번성하기를 원한다"며 초당적 협력이 가능할 것으로 내다봤다.

프렌치 게이츠는 "여성에게 투자하면 그 여성은 주변 모든 사람에게 투자한다"며 "여성이 건강해야 사회와 경제 전체가 발전할 수 있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