음전하(-)를 띠어 서로 밀어내야 하는 DNA 가닥들이 달라붙는 '지퍼' 원리가 20년 만에 규명됐다.

영국 요크대학교 연구팀은 양전하를 띤 금속 이온이 다리 역할을 해 DNA 가닥들의 전기적 반발력을 극복하고 결합을 촉진한다는 사실을 관찰했다고 12일(현지시간) 밝혔다.

DNA는 바깥 골격이 음전하를 띤 인산염 그룹으로 이뤄져 있어, 두 가닥이 가까워지면 서로 밀어내는 힘이 작용하는 것이 정상이다. 하지만 실제 세포 내에서는 DNA 분자들이 상호작용하며 유전 과정에 필수적인 역할을 수행해 오랜 수수께끼로 남아 있었다.

연구팀은 약 20년 전 제기된 'DNA 지퍼' 가설을 증명했다. 이 가설은 DNA 가닥 전체가 한 번에 결합하는 것이 아니라, 지퍼처럼 일부가 먼저 연결된 뒤 점차적으로 결합 부위가 확산된다는 이론이다.

이번 연구에 따르면, 2가 양이온 금속 입자들이 DNA의 음전하 부분과 상호작용하며 분자 다리를 형성한다. 이 다리가 DNA 가닥 사이의 반발력을 충분히 감소시키면, 특정 지점에서부터 지퍼처럼 결합이 시작되고 점차 확산되는 것으로 나타났다.

연구팀은 분자 구조를 정밀하게 관찰할 수 있는 원자간력 현미경(AFM)과 컴퓨터 시뮬레이션을 통해 이 과정을 실시간으로 포착하는 데 성공했다.

이번 발견은 유전자 재조합, 염색체 구성 등 생명 현상에 대한 이해를 한층 높일 것으로 기대된다. 특정 유전자의 발현을 억제하는 유전자 침묵 현상이나 암세포의 비정상적인 DNA 상호작용을 연구하는 데 새로운 단서를 제공할 수 있다.

또한 DNA를 나노 기술 소재로 활용하는 분야에도 영향을 미칠 전망이다. 연구자들은 금속 이온 농도나 DNA 염기서열을 조절해 분자 결합을 제어함으로써, 스스로 특정 형태로 조립되는 분자 센서나 나노 장치 개발에 기여할 수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