밀을 갉아먹는 주요 해충에 저항하는 유전자의 작동 원리가 50년 만에 밝혀져 병충해에 강한 품종 개발의 길이 열렸다.

미국 메릴랜드대학교(UMD) 연구팀은 협력 기관들과 함께 밀 해충인 '헤시안 파리'에 대한 저항성을 갖게 하는 유전자를 복제하고, 이 유전자가 해충 단백질과 직접 상호작용하는 것을 증명했다고 14일(현지시간) 밝혔다. 이번 연구 결과는 국제학술지 '사이언스 어드밴시스'에 게재됐다.

헤시안 파리는 모기처럼 생긴 작은 곤충으로, 전 세계적으로 밀, 보리, 귀리 등 곡물에 수억 달러 규모의 피해를 준다. 미국에서는 매년 밀 수확량의 약 5%를 감소시키는 원인으로 꼽힌다.

헤시안 파리 유충은 침을 통해 식물 세포에 화학물질을 주입해 영양분을 빨아먹는다. 식물은 저항성 유전자로 방어하지만, 그동안 정확한 작동 원리는 알려지지 않았다.

과학계는 지난 50년간 밀의 저항성 유전자가 어떻게 해충의 단백질과 상호작용해 면역 반응을 일으키는지 규명하지 못했다. 밀의 유전체는 크고 복잡하며 반복적인 DNA 서열이 많아 특정 저항성 유전자를 분리하고 복제하는 데 어려움이 있었다.

연구팀은 새로운 유전체 분석 도구를 개발해 헤시안 파리 저항성 유전자 'H13'의 위치를 정확히 찾아냈다. 이후 실험실에서 이 유전자가 과발현된 밀 배양에 성공했다.

연구에 따르면 H13 유전자는 유충 침 속의 특정 단백질을 감지하면 주변 세포의 자살을 유도하고 세포벽을 강화한다. 동시에 유충에 유독한 분자를 생성해 해충의 영양 공급을 차단하고 굶겨 죽이는 방식으로 작동한다.

연구팀은 H13 유전자를 분리하고 이를 증폭시킨 밀 배양체를 통해 유충의 특정 단백질에 의해 H13이 활성화되는 것을 입증했다. 이로써 밀이 헤시안 파리의 공격에 저항하는 분자 메커니즘이 확인됐다.

이번 연구에는 미국 농무부 농업연구청(USDA-ARS), 퍼듀대학교, 캔자스주립대학교 등이 참여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