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식자의 공격을 집단으로 기억하고 방어 전략을 바꾸는 물고기 떼의 모습이 포착돼 학계의 주목을 받고 있다.

독일 라이프니츠 담수생태·내륙어업 연구소(IGB) 등이 참여한 국제 공동 연구팀은 멕시코 남부 유황천에 서식하는 '유황송사리'가 포식자의 공격에 '집단 기억'으로 대응한다는 연구 결과를 국제학술지 '영국 왕립학회보 B'에 발표했다.

연구팀은 멕시코 타바스코 지역에서 물총새, 큰큰부리딱새 등 세 종류의 새가 유황송사리 떼를 사냥하는 모습 800여건을 120시간 분량의 영상으로 촬영해 분석했다.

분석 결과 유황송사리 떼는 새의 공격을 받으면 수면 아래로 빠르게 잠수하는 '집단 파도'를 일으켜 방어했다. 이 집단행동은 포식자의 사냥 성공률을 낮추고 다음 공격까지의 시간을 늘리는 효과가 있었다.

이에 포식자인 물총새는 정면 돌파 대신 다른 전략을 택했다. 사냥 성공률이 더 높은 무리 중앙 대신, 집단 방어가 약하게 일어나는 가장자리를 주로 공격했다. 이는 즉각적인 성공을 일부 포기하더라도 유황송사리의 강력한 집단 방어를 피하려는 전략적 선택으로 분석된다.

반면 큰큰부리딱새는 은밀하고 빠른 비행으로 유황송사리 떼가 미처 반응하기 전에 무리 중앙을 덮치는 사냥 방식을 사용했다. 이는 포식자들이 피하는 것이 무리 중앙 자체가 아니라, 그곳을 공격했을 때 발생하는 '강력한 집단 방어'임을 보여준다.

특히 연구팀은 유황송사리 떼에서 '집단 기억'으로 볼 수 있는 '점화 현상'(priming)을 발견했다. 특정 장소가 짧은 시간 안에 두 번 공격받을 경우, 두 번째 공격에 대한 방어 파동이 첫 번째보다 훨씬 강력하게 나타난 것이다.

논문 제1 저자인 코르비니안 파허 연구원은 "기억은 보통 개체의 뇌에 저장되는 것으로 생각한다"며 "이번 연구는 과거의 공격이 집단 전체의 반응을 일시적으로 바꾸는, 즉 무리가 위험의 흔적을 지니고 있음을 보여준다"고 설명했다.

이러한 상호작용은 포식자와 피식자 간의 끊임없는 '군비 경쟁'을 만들어낸다. 포식자는 방어의 허점을 찌르기 위해 공격 위치를 바꾸고, 물고기 떼는 공격받은 지역의 방어 수위를 높여 이에 맞선다.

교신 저자인 옌스 크라우제 박사는 "포식자는 강한 파도를 피하려 공격 위치를 바꾸고, 물고기는 과거 공격 정보를 집단적으로 유지하는 것으로 보인다"며 "이는 자연 속 집단행동이 얼마나 역동적이고 정교할 수 있는지를 보여주는 사례"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