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0세 이상 중장년층의 돌봄 활동이 뇌 기능에 '양날의 검'이 될 수 있다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
영국 유니버시티 칼리지 런던(UCL) 연구팀은 과도한 돌봄은 인지 기능 저하를 가속하는 반면, 가벼운 돌봄은 오히려 뇌 기능에 긍정적인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연구 결과를 국제학술지 '노화와 나이'(Age and Ageing)에 발표했다고 12일(현지시간) 밝혔다.
연구팀은 2004년부터 2023년까지 영국의 50세 이상 성인 약 2만명을 2년마다 추적 조사하는 '영국 노화 종단 연구'(ELSA) 데이터를 활용했다. 이 중 돌봄 제공자 2765명과 비제공자 2765명을 비교 분석했다.
분석 결과, 주당 50시간 이상 돌봄을 제공하거나 배우자 등 동거 가족을 돌보는 이들은 돌봄을 제공하지 않는 이들보다 뇌 기능 저하 속도가 더 빨랐다. 이는 노화로 인한 연간 평균 인지 저하 폭의 약 3분의 1에 해당하는 추가적인 저하 수준이다.
반면, 주당 5~9시간 정도의 가벼운 돌봄을 제공하거나 집 밖에서 부모·시부모를 돌보는 경우, 돌봄을 하지 않는 사람들보다 뇌 기능 저하 속도가 오히려 느렸다. 이는 연간 평균 인지 저하 폭의 약 3분의 1을 상쇄하는 효과를 보였다.
연구팀은 1분 안에 동물 이름 대기(수행 기능)와 단어 암기(기억력) 등으로 인지 기능을 측정했다. 특히 여러 과업을 동시에 처리하고 결정을 내리는 능력인 '수행 기능'에서 이러한 경향이 뚜렷하게 나타났다.
논문의 주 저자인 바오웬 쉬에 UCL 역학·보건의료 연구소 박사는 "가벼운 돌봄은 타인과 교류하며 정신적 자극을 얻고 삶의 목적의식을 주지만, 과도한 돌봄은 정반대의 효과를 낳아 정신적 노화를 가속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연구팀은 2040년까지 영국 성인의 약 20%가 주요 질병을 앓게 될 것으로 전망하며, 무급 돌봄 제공자들의 부담이 커질 것을 우려했다. 쉬에 박사는 "과도한 부담을 지는 돌봄 제공자들을 위해 유급 돌봄 및 대체 돌봄 서비스 접근성을 높이는 등 강력한 정책적 지원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