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연구진이 주도한 국제 공동 연구팀이 유리 기판 위 모든 표면에 3차원(3D) 탄소 회로를 직접 그리는 기술을 세계 최초로 개발했다.
전남대학교 한승회 교수, 한국과학기술원(KAIST) 김영진 교수 연구팀은 한국기계연구원, 한국생산기술연구원, 미국 텍사스A&M대와 공동으로 이 같은 내용의 '초고속 레이저 화학 기상 증착'(ULCVD) 기술을 개발했다고 11일 밝혔다. 이번 연구 결과는 광학 분야 국제학술지 '포토닉스'(PhotoniX)에 게재됐다.
연구팀은 펨토초(1000조분의 1초) 레이저를 이용해 투명한 유리 기판 위에 마스크(회로 패턴을 새기는 원판) 없이 고전도성 탄소 회로를 직접 구현하는 데 성공했다. 이 기술은 기존 평면(2D) 식각 공정의 한계를 뛰어넘어 유리 기판의 앞면, 뒷면은 물론 내부 구멍이나 곡면에도 회로를 그릴 수 있다.
유리 기판은 기존 유기 소재보다 열과 전기적 특성이 우수해 인공지능(AI) 시대에 필요한 고성능 반도체 패키징의 핵심 소재로 꼽힌다. 하지만 유리에 3D 회로를 형성하는 공정이 복잡하고 까다로워 상용화에 어려움이 있었다.
이번에 개발된 기술은 펨토초 레이저가 유발하는 '비선형 다광자 흡수' 현상을 이용한다. 기존 연속파 레이저와 달리 열 손상이 거의 없고, 레이저 초점만 이동시키면 원하는 위치에 정밀하게 회로를 만들 수 있다.
한승회 전남대 교수는 "펨토초 레이저를 통해 불순물 없이 깨끗하고 전도성 높은 흑연 회로를 구현할 수 있었다"며 "기존 레이저 유도 그래핀(LIG) 기술 중 최고 수준의 전기 전도도를 확보했다"고 설명했다.
연구팀은 개발한 기술을 이용해 3D 정육면체 형태의 원자 증기 셀 표면에 광열 탄소 히터를 제작하는 데 성공했다. 이는 자기장 잡음 없이 비접촉으로 가열이 가능해 차세대 양자 센서 개발의 난제를 해결할 실마리를 제공한다.
한 교수는 "기존 2D 리소그래피의 한계를 극복하고 3D 공간 배선을 위한 원천 기술을 확보했다"며 "향후 탄소뿐 아니라 구리(Cu), 금(Au) 등 금속 회로를 패터닝하는 공정으로 확장해 차세대 반도체 패키징 시장에서 기술 우위를 확보하는 데 기여할 것"이라고 밝혔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