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계 생명체의 존재 여부를 분자 자체보다 분자 간의 '통계적 패턴'으로 더 정확하게 파악할 수 있다는 새로운 연구 결과가 나왔다.
이스라엘 와이즈만 연구소와 미국 캘리포니아대 리버사이드캠퍼스(UC 리버사이드) 공동 연구팀은 11일(현지시간) 국제학술지 '네이처 천문학'(Nature Astronomy)에 이 같은 내용의 논문을 발표했다.
연구팀은 생명체가 만든 분자는 비생물학적 과정으로 생성된 분자와는 다른 고유한 통계적 분포 패턴을 보인다는 사실을 발견했다. 생명체에서 유래한 아미노산은 비생물 샘플보다 종류가 더 다양하고 균일하게 분포하는 경향을 보였다. 반면 지방산의 경우 정반대의 패턴이 나타났다.
연구팀은 생태학에서 생물 다양성을 측정하는 통계 기법을 화학 분석에 적용했다. 미생물, 화석, 운석 등 약 100개의 기존 데이터세트를 분석한 결과, 생물학적 샘플과 비생물학적 샘플을 높은 신뢰도로 구분해냈다.
특히 이 방식은 심하게 분해된 샘플에서도 생명의 흔적을 포착했다. 연구에 사용된 공룡 알 화석에서도 고대 생명체가 남긴 통계적 특징이 여전히 검출됐다.
이번 연구의 가장 큰 장점은 새로운 탐사 장비 없이 기존 장비로 수집한 데이터에 통계적 분석만 적용하면 된다는 점이다. 화성이나 유로파, 엔셀라두스 등에서 진행 중이거나 계획된 탐사 임무의 효율성을 크게 높일 수 있다.
그동안 아미노산이나 지방산 같은 유기 화합물은 비생물학적 과정으로도 생성될 수 있어, 발견 자체만으로는 생명체 존재의 결정적 증거가 되기 어려웠다.
논문의 공동 저자인 파비안 클레너 UC 리버사이드 조교수는 "생명체는 단순히 분자를 생산하는 것을 넘어 통계학으로 확인할 수 있는 조직 원리까지 만들어낸다는 것을 보여준다"고 설명했다.
연구팀은 이 방법이 외계 생명체 존재를 입증하는 유일한 수단은 아니지만, 여러 증거 중 하나로 활용될 때 매우 강력한 도구가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