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난 이후 장기적인 정신건강 회복을 위해서는 급성 증상 치료를 넘어, 공동체 안에서 소속감과 사회적 역할을 되찾게 돕는 '이바쇼'가 핵심이라는 일본 연구진의 제언이 나왔다.
일본 준텐도대학의 다무네 히데타카 부교수가 이끄는 연구팀은 국제학술지 '랜싯' 최신호에 이같은 내용을 담은 연구 결과를 발표했다. 이번 연구에는 일본의과대학, 재해정신과의료지원팀 전문가들이 참여했다.
이바쇼(居場所)는 '있을 곳'을 뜻하는 일본어로, 사람들이 사회적 관계망 속에서 유대감을 느끼고 의미 있는 역할을 수행하는 공동체 공간을 의미한다. 연구팀은 재난 생존자의 정신건강 회복에 이바쇼가 중요한 역할을 한다고 설명했다.
다무네 부교수는 "재난 복구는 단순히 급성 정신과적 증상을 줄이는 것만이 아니다"라며 "사람들에게 안정감, 존엄성, 목적의식을 주는 사회적 환경을 복원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밝혔다.
연구팀은 2011년 동일본 대지진 사례를 근거로 제시했다. 당시 후쿠시마 원전 사고 대피 구역 인근 노인들 사이에서 치매 관련 상담과 행동심리증상(BPSD)이 급증했다.
반면, 노인들이 주도하는 이바쇼 형태의 프로그램을 운영한 지역사회에서는 회복력이 더 강하고 사회적 관계가 개선되는 효과가 나타났다. 이는 노인들이 단순히 지원받는 대상에 그치지 않고 공동체 회복에 기여하며 역할을 되찾았을 때 회복이 촉진됨을 시사한다.
다무네 부교수는 "가장 중요한 것은 사람들이 공동체 내에서 자신의 자리를 되찾고, 가치 있고 유용하며 연결되어 있다고 계속 느낄 수 있는지 여부"라고 강조했다.
연구팀은 트라우마 지원은 문화적으로 적합해야 하며, 일부 공동체에서는 이바쇼를 통해 일상과 역할을 회복하는 것이 가장 수용 가능한 첫 단계일 수 있다고 덧붙였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