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록펠러대 연구진이 인체면역결핍바이러스(HIV)가 최신 항체 치료제를 무력화하는 돌연변이 경로를 광범위하게 규명했다.

11일(현지시간) 과학 전문 매체 유레카얼러트에 따르면 록펠러대 레트로바이러스학 연구소는 15종의 HIV-1 바이러스에서 100개 이상의 내성 돌연변이를 발견했다. 연구팀은 'RISC'라는 새로운 분석 기법을 통해 광범위 중화 항체(bNAb)인 '3BNC117'과 '10-1074'에 대한 내성 발생 과정을 추적했다.

연구 결과, 대부분의 HIV 균주는 단 하나의 아미노산 변화만으로도 항체 치료에 대한 내성을 획득할 수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3BNC117 항체에 대해서는 시험된 15개 균주 중 12개, 10-1074 항체에 대해서는 9개 균주 모두에서 단일 변이만으로 내성이 발생했다.

다만 일부 균주는 내성을 갖기 위해 여러 개의 아미노산 치환이나 더 복잡한 복제 방식이 필요한 것으로 확인됐다. 연구팀은 이를 '내성에 대한 높은 유전적 장벽'이라고 설명하며, 이러한 균주의 특성을 이해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밝혔다.

광범위 중화 항체는 기존의 매일 복용하는 항레트로바이러스 약물을 대체할 수 있는 유망한 HIV 치료법 중 하나로 꼽힌다. 앞선 임상 연구에서는 두 종류의 bNAb를 한 번 투여하는 것만으로 최장 1년 가까이 바이러스 수치를 거의 감지할 수 없는 수준으로 유지하는 성과를 보였다.

폴 비니아스 공동 연구 책임자는 "어떤 치료법이 특정 환자에게 효과가 있을지 예측하는 능력이 크게 향상될 것"이라며 "대부분의 균주가 회피하기 어려운 항체를 식별하면 더 강력한 치료법을 만들 수 있다"고 말했다. 연구팀은 향후 다른 항체나 항체 조합에 대한 내성 돌연변이를 발견하는 데 이 연구 방법을 활용할 계획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