토지를 지상권으로 빌려주고 개발이 이뤄졌다면 개발부담금은 토지 소유주가 내야 한다는 대법원 판단이 나왔다. 개발이익환수법상 개발부담금 납부 의무가 발생하는 '임차'의 범위에 '지상권 설정'도 포함된다고 본 첫 판결이다.
대법원 2부(주심 권영준 대법관)는 재단법인 ○○○이 서울특별시 영등포구청장을 상대로 낸 개발부담금 부과처분 취소소송 상고심에서 원고 패소로 판결한 원심을 확정했다고 11일 밝혔다. 이번 판결로 재단법인 ○○○은 477억여원의 개발부담금을 내게 됐다.
재단법인 ○○○은 2005년 5월 소유하고 있던 서울 영등포구 종교용지 4만6465㎡를 △△△ 주식회사에 99년간 지상권을 설정해주는 계약을 맺었다. △△△는 이 부지에 오피스 빌딩과 호텔 등 상업용 건물을 짓는 개발사업을 진행해 2020년 7월 사용승인을 받았다. 이후 해당 토지는 지목이 '종교용지'에서 '대지'로 변경됐다.
이에 영등포구청은 2020년 12월 토지 소유주인 재단법인에 개발부담금 570억원을 부과했다. 이후 2022년 8월 477억2437만원으로 감액·정정했다. 개발이익환수법은 타인 소유 토지를 임차해 개발사업을 하면 토지 소유자에게 개발부담금을 물리도록 규정하고 있다.
재단법인 측은 '지상권'은 민법상 '임대차'와 다르므로 개발부담금 납부 의무가 없다고 주장하며 소송을 냈다. 1심과 2심은 모두 재단법인의 주장을 받아들이지 않았다.
대법원 역시 하급심 판단이 옳다고 봤다. 재판부는 개발이익환수법의 입법 취지가 개발이익이 실질적으로 귀속되는 자에게 부담금을 부과하는 데 있다고 설명했다. 재판부는 "법 규정의 '임차'는 사전적 의미인 '돈을 내고 남의 물건을 빌려 씀'으로 해석해야 한다"며 "타인 소유의 땅을 빌려 개발사업을 하는 경우를 폭넓게 규율하려는 것"이라고 판시했다.
이어 "지상권과 임차권에 차이가 있더라도, 개발이익이 토지 소유자에게 귀속되는 경우에는 토지 소유자에게 개발부담금을 부과하려는 법의 취지에 따라 지상권 설정 역시 '임차'에 포함된다고 봐야 한다"고 덧붙였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