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공주택사업으로 토지 오염 정화 기준이 강화돼 비용이 늘었다면, 사업 시행자가 그 비용의 일부를 부담해야 한다는 대법원 판결이 나왔다.
대법원 2부(주심 오경미 대법관)는 토지 원소유주인 A사가 한국토지주택공사(LH)를 상대로 낸 부당이득금 반환 소송에서 원고 패소로 판결한 원심을 깨고 사건을 수원고등법원으로 돌려보냈다고 11일 밝혔다.
A사는 경기 의왕시의 공장 부지를 소유하며 기계제조업을 운영하다 2019년 '의왕△△ 공공주택지구' 사업을 위해 LH에 토지를 수용당했다. 이후 LH는 2022년 터파기 공사 중 토양오염을 발견하고 정화작업을 진행했다.
LH는 A사 부지에 대한 정화비용으로 약 8억500만원이 발생했다며 A사에 지급을 요청했고, A사는 이 돈을 지급한 뒤 부당이득이라며 소송을 제기했다.
쟁점은 토양오염 정화 기준이었다. 해당 부지는 본래 공장용지(3지역 기준)였으나, 공공주택사업으로 주거지역(1지역 기준)으로 변경될 예정이었다. 주거지역의 오염 우려 기준은 공장용지보다 훨씬 엄격해 정화비용이 크게 증가했다.
1심과 2심은 오염을 발생시킨 A사가 '선순위 정화책임자'로서 강화된 1지역 기준에 따른 정화비용 전액을 부담해야 한다며 LH의 손을 들어줬다.
하지만 대법원의 판단은 달랐다. 대법원은 A사가 정화책임자라는 점은 인정하면서도, LH의 사업 시행으로 정화 기준이 상향돼 비용이 증가한 점을 고려해야 한다고 봤다.
재판부는 "정화에 따른 이익은 토지를 개발하는 피고(LH)에게 오롯이 귀속된다"며 "피고의 사업 시행으로 1지역 기준이 적용돼 정화비용이 크게 증가한 것으로 보이는 만큼, 이러한 사정은 부담부분 산정에 충분히 참작돼야 한다"고 판시했다.
이어 "원고가 선순위 정화책임자라는 이유만으로 정화비용을 전부 부담해야 한다고 단정하기 어렵다"며 "형평의 원칙에 비추어 후순위 책임자인 피고도 비용을 분담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이에 따라 사건은 각 당사자의 비용 부담 비율을 다시 심리하기 위해 파기환송됐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