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우자의 외도를 입증하기 위해 불법으로 수집한 증거라도, 몰래 녹음한 대화는 증거로 쓸 수 없지만 휴대전화 메시지를 촬영한 사진은 증거가 될 수 있다는 대법원의 최종 판단이 나왔다.
대법원 2부(주심 오경미 대법관)는 아내 A씨가 남편의 외도 상대로 지목한 B씨 등을 상대로 낸 손해배상 청구 소송 상고심에서 원고 일부 승소로 판결한 원심을 확정했다고 11일 밝혔다.
A씨는 남편과 이혼 소송을 진행하던 중, 남편의 차량에 몰래 녹음기를 설치해 대화 내용을 녹음하고 남편의 휴대전화에 저장된 문자메시지 등을 촬영했다. A씨는 이 과정에서 통신비밀보호법과 정보통신망법 위반으로 유죄 판결을 받았다.
이후 A씨는 불법 수집한 녹음 파일과 사진을 근거로 B씨 등을 상대로 상간자 위자료 청구 소송을 제기했다. 1심과 2심은 해당 증거들을 모두 인정해 B씨 등에게 위자료 지급을 명령했다.
하지만 대법원의 판단은 일부 달랐다. 대법원은 먼저 A씨가 제출한 녹음 파일에 대해서는 증거능력을 인정하지 않았다. 통신비밀보호법은 공개되지 않은 타인 간의 대화를 녹음하는 것을 금지하고, 이렇게 얻은 녹음은 재판에서 증거로 사용할 수 없다고 명시하고 있기 때문이다.
반면, 남편 휴대전화를 몰래 촬영한 사진 증거에 대해서는 증거능력을 인정했다. 정보통신망법은 해당 행위를 처벌하지만, 통신비밀보호법처럼 증거능력을 배제하는 규정은 없다는 점을 근거로 들었다.
재판부는 "민사소송에서는 위법하게 수집된 증거라도 실체적 진실 발견과 상대방의 인격적 이익 등을 비교형량해 증거능력 유무를 판단해야 한다"고 전제했다. 이어 "해당 증거는 배우자의 부정행위에 대한 증거로서 필요성이 크고, 증거 확보의 긴급성도 인정된다"며 "이로 인해 침해되는 사생활의 비밀 등 이익이 실체적 진실 발견의 중요성보다 크다고 보기 어렵다"고 판시했다.
결론적으로 대법원은 2심이 녹음 파일의 증거능력을 인정한 것은 잘못이지만, 사진 증거만으로도 부정행위가 인정되므로 위자료를 지급하라는 결론은 정당하다고 보고 상고를 모두 기각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