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에 있는 상속 재산을 두고 한국과 미국 법원이 각기 다른 관리인을 선임했더라도, 국내 법원의 결정이 우선한다는 대법원 판단이 나왔다.
대법원 2부(주심 오경미 대법관)는 원고가 미국 법원의 상속재산관리인 임명 명령을 국내에서 강제집행하게 해달라며 낸 집행판결 소송 상고심에서 원고 패소로 판결한 원심을 확정했다고 11일 밝혔다.
사건의 발단은 2015년 11월 미국 영주권자인 한국 국적의 A씨가 미국 로스앤젤레스에서 유언 없이 사망하면서 시작됐다. 서울가정법원은 2016년 7월 피고를 A씨의 상속재산관리인으로 선임했다.
하지만 원고는 2017년 3월 미국 캘리포니아주 법원에서 자신이 A씨의 상속재산관리인으로 임명된다는 명령을 받았다. 이후 원고는 이 명령을 근거로 A씨의 국내 부동산을 매각하기 위한 강제집행을 허가해달라며 소송을 냈다.
1심과 2심은 원고의 청구를 받아들이지 않았다. 재판부는 미국 법원의 명령이 구체적인 급부 이행을 명하는 내용이 아니어서 집행판결의 대상이 아니라고 봤다.
대법원의 판단도 같았다. 대법원은 우선 미국 법원의 명령이 "구체적 급부의 이행 등 그 강제적 실현에 적합한 내용을 가지는 것으로 보기 어렵다"고 지적했다.
특히 대법원은 미국 법원의 명령을 국내에서 승인하는 것이 '선량한 풍속이나 그 밖의 사회질서'에 어긋난다고 판단했다. 이미 국내 법원이 내린 상속재산관리인 선임 결정과 정면으로 저촉되기 때문이다.
재판부는 "대한민국 법원에서 유효하게 선임된 상속재산관리인의 지위와 권한이 우연한 사정에 따라 중대하게 불안정해지거나 침해될 우려가 있다"며 "원심의 결론은 정당하다"고 판시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