푸에르토리코 정부가 태아를 인간으로 인정하는 법안에 서명하면서 의료계와 법조계가 심각한 후유증을 경고하고 나섰다.

제니퍼 곤살레스 푸에르토리코 총독은 12일 현지시간 태아를 인간으로 인정하는 법안에 서명했다고 밝혔다. 공화당 소속이자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지지자인 곤살레스 총독은 "이번 법안은 태어나지 않은 아이를 인간으로 인정함으로써 민사법과 형사법 간 일관성을 유지하기 위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번 개정안은 상원 법안 923호를 통해 푸에르토리코 형법 중 살인을 정의하는 조항에 추가됐다. 정부는 임신부가 고의적으로 살해되어 태아가 사망할 경우 1급 살인으로 분류하는 기존 법률을 보완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다만 이번 법안은 공청회 없이 통과됐으며, 의료계와의 사전 협의도 전혀 이루어지지 않았다.

카를로스 디아스 벨레스 푸에르토리코 의사협회 회장은 "이번 법은 방어적 의료 행위를 초래할 것"이라며 "복잡한 임상 결정이 형법 영역으로 들어가게 된다"고 경고했다.

그는 "합병증이 있는 임신부들은 개인 병원에서 거부당하고 결국 미국 본토나 푸에르토리코 최대 공공병원에서 출산하게 될 것"이라며 "무너져가는 푸에르토리코 의료 시스템은 이에 대비하지 못했다"고 지적했다.

디아스 회장은 "이번 법은 재앙적인 결과를 가져올 것"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개정된 법이 제3자가 의사와 임신부 사이에 개입할 수 있게 허용해 사생활 보호법이 침해될 것이며, 새로운 프로토콜과 규정이 마련되어야 한다고 덧붙였다. 디아스 회장은 "시스템이 이에 대비되지 않았다"며 "의학적 권고가 전혀 반영되지 않았다"고 비판했다.

법조계에서는 이번 개정안이 결국 푸에르토리코에서 낙태를 범죄화하는 문을 열 것이라고 우려하고 있다. 현재 푸에르토리코에서 낙태는 합법이다.

로사 세기 코르데로 푸에르토리코 자유롭고 안전하며 접근 가능한 낙태 전국 캠페인 대변인은 "수정란에 법적 인격이 부여됐다"며 "여성들은 권리를 박탈당했다"고 말했다.

세기 대변인은 수정란이 건강보험을 받을 권리가 있는지, 태아를 잃은 여성이 살인 용의자가 될 수 있는지 등의 가능성을 제기했다.

디아스 회장은 의사들도 살인 용의자로 간주될 수 있다며 "이는 심각한 타격이며 우리를 어려운 상황에 처하게 한다"고 밝혔다.

한편 이번 법은 2021년 4월 살해된 케이슬라 로드리게스의 이름을 딴 기존 법률을 보완하는 것으로, 당시 그녀의 연인이었던 전 푸에르토리코 복서 펠릭스 베르데호는 살인 혐의로 유죄 판결을 받고 종신형을 선고받은 바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