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환경보호청(EPA)이 16년간 온실가스 배출 규제의 법적 근거였던 '위해 판정(endangerment finding)'을 철회했다. AP통신 등은 4일(현지시간) 이같이 보도했다.

EPA는 이날 2009년 채택한 위해 판정을 공식 폐기했다. 이 판정은 석탄·석유·천연가스 등 화석연료 연소로 발생하는 이산화탄소와 온실가스가 공중보건과 복지를 위협한다는 과학적 결론이다.

해당 판정은 2007년 미국 연방대법원이 온실가스를 대기오염물질로 규정하고 청정대기법(Clean Air Act)에 따라 규제할 수 있다고 판결한 이후 채택됐다. 2010년 발효된 이래 차량·석유·가스 시설·발전소 등에서 배출되는 온실가스 규제의 법적 토대 역할을 해왔다.

트럼프 행정부는 "이 판정이 산업과 경제를 저해한다"고 밝혔다. 또한 "오바마·바이든 행정부가 과학을 왜곡해 온실가스를 공중보건 위험으로 결정했다"고 주장했다.

에너지부는 과학자들이 사용하는 기후모델이 온난화를 과대평가했다고 지적했다. 재난의 장기 추세는 큰 변화를 보이지 않으며, 기후가 경제에 미치는 영향이 미미하다는 입장이다.

반면 환경단체들은 기후변화가 홍수·폭염·가뭄 등 기상재난을 악화시키기 때문에 온실가스가 명백한 위협이라고 반박하고 있다.

기후과학자들은 "위해 판정 철회가 수십 년간의 과학적 진전을 훼손하고 환경보호 임무를 맡은 미국 기관들의 신뢰성을 손상시킨다"고 경고했다.

과학자들은 "2009년 이후 역대 최고 기록을 세운 지구 기온 상승으로 더 극심한 폭염·산불·가뭄과 강력한 폭풍으로 인한 대규모 홍수가 빈번해지고 심각해졌다"고 지적했다. 이들은 "이는 사람들을 위험에 빠뜨리고 수십억 달러의 피해를 야기한다"고 덧붙였다.

EPA의 이번 조치는 자동차와 트럭에 대한 모든 온실가스 배출 기준을 폐지한다. 전문가들은 발전소·석유·가스 시설 등 고정 배출원에 대한 기후규제가 더 광범위하게 무효화될 수 있다고 지적했다.

천연자원보호위원회(NRDC)의 기후 전문가 데이비드 도니거는 "향후 행정부가 지구온난화 대응 규정을 제안하려면 새로운 위해 판정을 수립하기 위한 과학적·법적 절차를 처음부터 다시 시작해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이는 수년이 걸릴 수 있고 법적 도전에 직면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환경단체들은 이번 철회 결정에 대해 법정에서 이의를 제기할 것이 확실하다.

지금까지 연방법원은 위해 판정에 대한 법적 도전을 반복적으로 기각해왔다. 2023년 워싱턴DC 연방항소법원도 이 판정을 지지하는 판결을 내린 바 있다.

한편 미국의 기후규제 완화는 한국 수출기업들에도 영향을 미칠 전망이다. 자동차·배터리 등 친환경 산업에 대한 미국 시장의 수요 변화가 예상되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