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버트 F. 케네디 주니어가 미국 보건복지부(HHS) 장관으로 취임한 지 1년이 지났지만, 그가 약속한 '공중보건 기관에 대한 신뢰 회복'은 오히려 역효과를 내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미국 AP통신은 15일(현지시간) 케네디 장관의 백신정책 변경과 과학자 해임 등이 의료계와 충돌하면서 대중의 혼란이 깊어지고 있다고 보도했다.

여론조사 결과 케네디가 이끄는 보건 기관에 대한 신뢰도는 상승하기는커녕 하락하고 있다. 갤럽 조사에 따르면 미국 질병통제예방센터(CDC)가 "좋은 일을 하고 있다"고 답한 응답자 비율이 2024년 40%에서 지난해 31%로 떨어졌다.

20년 전만 해도 60% 이상의 미국인이 CDC에 높은 점수를 줬지만, 코로나19 팬데믹 초기인 2020년 40%로 급락한 뒤 다시 하락세를 보이고 있다.

케네디 장관은 취임 1년간 의학적 합의에서 벗어나는 여러 조치를 취했다. 지난해 5월 건강한 어린이와 임산부에게 코로나19 백신 접종을 더 이상 권고하지 않는다고 발표했다.

11월에는 새로운 증거 제시 없이 CDC가 "백신이 자폐증을 유발하지 않는다"는 입장을 포기하도록 지시했다. 올해 초에는 모든 어린이에게 권고되는 백신 종류를 줄였다. 의료단체들은 이 결정이 6가지 질병에 대한 보호를 약화시킬 것이라고 비판했다.

케네디는 또 보조금 중단과 대규모 해고를 통해 부처를 전면 개편했다. 지난 여름에는 백신정책 이견으로 취임 한 달도 안 돼 새 CDC 국장을 해임했다.

미국소아과학회(AAP)는 200개 이상의 공중보건 및 옹호단체와 함께 의회에 케네디가 백신 일정을 변경한 경위를 조사해달라고 촉구했다. 미국의사협회(AMA)는 미네소타대학교 백신무결성프로젝트와 협력해 호흡기 바이러스 백신의 안전성을 검토하는 새로운 증거 기반 프로세스를 이번 주 발표했다.

펜실베이니아대학교 애넌버그 공공정책센터의 캐슬린 홀 제이미슨 소장은 "과거에는 정당과 관계없이 사람들이 보건 기관을 신뢰했고, 정부는 '현시점에서 과학이 아는 최선'을 보고했다"며 "이제는 연방정부 웹사이트에 가도 그것을 확신할 수 없다"고 말했다.

비영리 의료연구기관 KFF가 올해 1월 실시한 조사에 따르면 미국인의 47%가 CDC의 백신 정보를 "상당히" 또는 "어느 정도" 신뢰한다고 답했다. 이는 트럼프 2기 행정부 초기보다 약 10%포인트 하락한 수치다.

민주당원의 신뢰도는 지난해 9월 이후 9%포인트 하락해 55%를 기록했다. 공화당원과 무소속의 신뢰도는 9월 이후 변화가 없었지만, 트럼프 행정부 출범 이후로는 두 그룹 모두에서 다소 하락했다.

애넌버그 조사에 따르면 홍역·볼거리·풍진(MMR) 백신을 아이에게 접종하도록 권장할 가능성이 "매우 높다" 또는 "다소 높다"고 답한 비율이 2024년 11월 90%에서 2025년 8월 82%로 감소했다.

예일대학교 공중보건대학원의 메건 래니 학장은 "어떤 정보원을 신뢰해야 하는지, 어떤 정보원이 진짜인지에 대한 혼란이 증가하고 있다"며 "그것이 개인 차원의 의사결정을 훨씬 더 어렵게 만든다"고 말했다.

그는 이러한 혼란이 최근 미국에서 거의 퇴치됐던 백일해와 홍역 같은 질병의 증가에 기여하고 있다고 우려했다.

HHS 대변인 앤드류 닉슨은 "바이든 행정부 시절 신뢰가 훼손됐다"며 "케네디의 임무는 투명성과 과학적 엄격성, 책임성을 회복하는 것"이라고 반박했다.

케네디는 신뢰 회복을 약속하면서도 사람들이 스스로 결론을 내리도록 촉구했다. 그는 최근 케이티 밀러 팟캐스트에서 "전문가를 신뢰해야 한다는 생각은 좋은 어머니가 하는 일이 아니다"라고 말했다.

HHS는 반복된 요청에도 케네디 장관의 인터뷰를 주선하지 않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