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법원이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영국 BBC를 상대로 제기한 100억달러(약 134조원) 규모 손해배상 소송의 재판 일정을 2027년 2월로 확정했다.

미국 플로리다 남부 연방법원의 로이 K. 알트먼 판사는 BBC의 소송 절차 지연 요청을 기각하고 2027년 2월 재판을 진행하기로 결정했다고 AP통신이 보도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해 12월 BBC가 2021년 1월 6일 자신의 연설을 편집한 방식에 대해 소송을 제기했다. 소송은 명예훼손으로 50억달러, 불공정 거래 관행으로 50억달러 등 총 100억달러의 손해배상을 청구하고 있다.

문제가 된 연설은 2020년 대선 결과에 불복한 트럼프 지지자들이 연방 의사당을 습격하기 직전 이루어졌다. 당시 의회는 조 바이든 대통령 당선인의 승리를 인증할 예정이었다.

BBC는 지난해 미국 대선 며칠 전 "트럼프: 두 번째 기회?"라는 제목의 다큐멘터리를 방영했다. 이 프로그램은 2021년 연설에서 거의 1시간 간격으로 떨어진 두 부분의 세 가지 인용문을 하나로 편집해 트럼프가 지지자들에게 함께 행진하며 "죽기 살기로 싸우라"고 촉구한 것처럼 보이도록 했다.

편집 과정에서 트럼프가 지지자들에게 평화적으로 시위할 것을 요청한 부분은 삭제됐다.

BBC는 1월 6일 연설 편집에 대해 트럼프에게 사과했다. 그러나 공영방송인 BBC는 명예훼손 혐의는 부인하고 있다.

이 논란으로 BBC 최고경영자와 뉴스 책임자가 사임했다.

지난달 제출된 소송 문서에 따르면 BBC는 법원이 관할권이 없고 트럼프가 청구 사유를 명시하지 못했다는 이유로 소송 각하 신청을 제기할 계획이다.

BBC는 각하 신청 결정이 나올 때까지 증거개시 절차를 연기해 달라고 법원에 요청했다. 증거개시 절차가 진행되면 BBC는 트럼프 관련 보도와 연관된 대량의 이메일과 자료를 제출해야 할 수 있다.

그러나 알트먼 판사는 BBC의 연기 요청이 "시기상조"라며 법적 절차 초기 단계에서 이런 중단을 요청하기에는 너무 이르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