합병으로 승계한 거액의 이월결손금은 합병법인 전체가 아닌 승계한 사업 부문에서 발생한 소득 범위 내에서만 공제해야 한다는 대법원 판단이 나왔다.
대법원 1부(주심 서경환 대법관)는 지류 제조업체 A사가 남대문세무서장을 상대로 낸 법인세 경정거부처분 취소 소송 상고심에서 원고 패소로 판결한 원심을 확정했다고 21일 밝혔다.
A사는 2017년 3월 B사를 흡수합병하면서 B사의 이월결손금 863억여원을 승계했다. 이후 2018년과 2019년 법인세 신고 시 B사로부터 승계한 사업 부문 소득에 대해서만 당시 법인세법상 공제한도(2018년 70%, 2019년 60%)를 적용해 이월결손금을 공제했다.
그러나 A사는 2022년 8월 '합병법인 전체 소득을 기준으로 공제한도를 계산해야 한다'며 세금 환급을 요구하는 경정청구를 냈다. A사의 기존 사업과 승계 사업 소득을 합친 금액에 공제한도 비율을 곱해야 한다는 주장이었다. 남대문세무서는 이를 거부했고, 이에 A사는 소송을 제기했다.
1심과 2심은 모두 세무서의 처분이 적법하다고 봤다. 대법원 역시 하급심 판단을 유지했다. 재판부는 구 법인세법 제45조와 제113조 등을 근거로 합병법인의 기존 사업과 승계 사업은 회계를 구분해 기록(구분경리)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재판부는 "피합병법인의 결손금은 피합병법인으로부터 승계받은 사업에서 발생한 소득금액의 범위에서 공제하도록 명시하고 있다"며 "이는 합병을 빌미로 조세회피가 시도되는 것을 미연에 방지하기 위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만약 합병법인 전체 소득을 기준으로 공제 한도를 정하면 합병 전후로 공제 한도가 달라져 과세형평에 어긋난다"고 판시했다. 또한 2019년 관련 내용이 명확히 담기도록 개정된 법인세법 조항은 새로운 규정이 아닌 기존 법리를 명확히 한 '확인적 규정'이라고 판단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