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법원이 하청업체의 독자적인 기술력과 전문성을 갖췄다면 원청의 불법파견으로 보기 어렵다고 판단, 같은 사업장 노동자들의 운명이 엇갈렸다.
대법원 1부(주심 신숙희 대법관)는 주식회사 ○○○의 사내협력업체 소속 노동자 8명이 원청을 상대로 낸 근로자지위확인 소송 상고심에서 원고 7명에 대한 원심을 깨고 사건을 광주고등법원으로 돌려보냈다고 21일 밝혔다. 다만 나머지 1명에 대해서는 불법파견을 인정한 원심을 확정했다.
재판의 쟁점은 노동자들이 원청인 ○○○로부터 직접 지휘·명령을 받는 근로자파견 관계에 있었는지 여부였다. 앞서 1, 2심은 8명 모두 근로자파견 관계에 해당한다며 노동자들의 손을 들어줬다.
하지만 대법원의 판단은 달랐다. 냉연제품 포장 업무를 한 7명의 노동자들에 대해선 이들이 속한 협력업체(주식회사△△△)가 상당한 전문성과 기술성을 갖춘 독립적 기업이라고 봤다. 이 협력업체는 1976년부터 포장업무를 수행했고, 2004년부터 포장설비 관련 특허를 출원하는 등 독자적인 경험과 기술을 보유했다고 지적했다.
대법원은 이를 근거로 “원청이 작업표준서 등을 통해 포장규격과 사양을 전달했더라도, 이를 하청업체에 대한 구속력 있는 지휘·명령이라고 단정하기 어렵다”고 판시했다. 또한 협력업체는 1997년 코스닥에 상장됐고, 독립적인 기업 조직과 설비를 갖춘 점도 고려됐다.
반면 공장 업무에 종사한 나머지 노동자 1명에 대해서는 원청의 직접적인 지휘·명령을 받는 근로자파견 관계가 맞다고 판단한 원심 판결을 그대로 유지했다. 이 노동자는 다른 7명과 달리 원청 사업에 실질적으로 편입돼 업무를 수행했다고 본 것이다.
이번 판결은 하청업체가 독자적 기술력과 전문성을 갖고 독립적으로 기업을 운영한 경우, 원청의 일부 관여가 있더라도 합법적인 도급 관계로 볼 수 있다는 기준을 제시한 것으로 풀이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