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0년간 종손 역할을 해왔더라도 개인 간 합의만으로 종손 지위를 넘겨받을 수는 없다는 대법원 판단이 나왔다.
대법원 1부(주심 천대엽 대법관)는 A씨가 자신이 속한 B종중을 상대로 낸 가처분 이의 신청 사건에서 원심 결정을 파기하고 A씨의 신청을 기각했다고 21일 밝혔다.
대법원은 "종손은 장자계의 남자 손으로서 일정한 친족 관계에 의해 당연히 인정되는 신분적 지위"라며 "양도의 대상이 될 수 없다"고 판시했다. 공동상속인 간 협의로 정할 수 있는 '제사 주재자'와는 성격이 다르다는 점을 명확히 한 것이다.
B종중 종원이던 A씨는 1992년 종손이자 제사주재자였던 형이 사망하자, 적장손인 조카와 합의해 종손의 지위와 책무를 넘겨받았다. 이후 그는 종중 규약에 따라 당연직 이사로 활동하며 약 30년간 종손 역할을 수행했고 종중도 특별한 이의를 제기하지 않았다.
갈등은 2024년 3월 종중 회장이 A씨에게 이사 임기가 만료됐다고 통지하면서 시작됐다. 이후 종중은 총회를 열어 족보에 기재된 기준에 따라 종손을 정하기로 결의했다.
이에 A씨는 해당 결의가 무효라며 자신이 이사 지위에 있음을 임시로 정해달라는 가처분 신청을 냈다. 1심과 2심은 A씨가 합의에 따라 종손 지위를 적법하게 승계했다며 A씨의 손을 들어줬다.
하지만 대법원의 판단은 달랐다. 재판부는 "종손이 아닌 사람에 대해 종중이 종손 지위에 있음을 인정했더라도 그 사람이 종손 지위를 취득한다고 볼 수 없다"고 설명했다.
이어 "A씨는 합의에도 불구하고 종손 지위를 양도받지 못했고, 종중 규약에 따른 당연직 이사 지위를 취득하지도 못했다"며 "종중이 장기간 이의를 제기하지 않았거나 이사 인준 결의가 있었더라도 달리 볼 수 없다"고 덧붙였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