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법원이 제철소 사내 협력업체 소속 근로자들의 불법 파견 여부를 두고 원청의 구체적인 지휘·감독 수준에 따라 엇갈린 판결을 내렸다.

대법원은 16일 제철소 협력업체 소속 근로자들이 원청을 상대로 낸 근로자지위확인 소송 2건에 대해 각각 다른 판결을 선고했다. 원청의 작업표준서에 따라 단순 업무를 한 근로자들은 불법파견을 인정한 반면, 독자적 기술을 보유한 협력업체 소속 근로자들은 파견 관계가 아니라고 판단했다.

먼저 대법원은 선박 접안, 원료 하역, 슬래브 정정 등 업무를 맡은 협력업체 근로자들이 낸 소송에서 원청의 불법파견 책임을 인정했다. 재판부는 원청의 작업표준서와 기술기준에 따라 작업이 이뤄졌고, 원청 공정과 밀접하게 연관돼 사실상 원청의 상당한 지휘·명령을 받았다고 봤다.

또한 해당 업무가 높은 전문성이나 기술성이 필요 없는 단순 반복 작업이고, 업무에 필수적인 시설 대부분을 원청이 소유한 점도 판단의 근거가 됐다. 이는 근로자들이 실질적으로 원청의 사업에 편입되었다고 본 것이다.

반면 냉연제품 포장 업무를 담당한 다른 협력업체 근로자들에 대해서는 불법파견이 아니라고 판단했다. 해당 협력업체가 포장 업무에 대한 독자적인 경험과 기술을 보유했고, 이를 바탕으로 작업표준서 작성·변경에 실질적으로 관여했을 소지가 크다고 봤다.

특히 이 협력업체는 포장설비 관련 특허를 다수 보유한 코스닥 상장법인으로, 독립적인 기업 조직과 설비를 갖춘 점이 인정됐다. 이에 따라 대법원은 원청이 상당한 지휘·명령을 했다거나 근로자들이 원청 사업에 편입됐다고 보기 어렵다며 사건을 파기환송했다.

이번 판결은 계약의 명칭이나 형식보다 원청의 실질적인 지휘·명령 여부, 협력업체의 업무 독립성 및 전문성 등이 불법파견을 가르는 핵심 기준임을 재확인한 것으로 풀이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