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법원이 종중의 종손 지위는 혈연으로 정해지는 신분으로, 사적인 합의나 돈으로 사고팔 수 없다는 점을 명확히 했다.

대법원은 16일 종손 지위를 합의로 넘겨받았다고 주장하며 종중을 상대로 가처분 신청을 낸 A씨 사건에서 원심 결정을 깨고 A씨의 신청을 기각했다. 30년 넘게 종손 역할을 해왔더라도 법적인 종손 지위를 가질 수는 없다고 최종 판단한 것이다.

사건은 1992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한 종중의 적장손 B씨는 자신의 삼촌인 A씨에게 '종손 및 제사주재자 지위를 양도한다'는 내용의 합의를 했다. 이후 A씨는 약 32년간 종손 행세를 하며 종중 규약에 따라 당연직 이사로 활동했다.

갈등은 2024년 3월 종중이 A씨에게 이사 임기 만료를 통보하고, 다음 달 총회에서 '종손 지위는 족보대로 한다'고 결의하면서 시작됐다. 이에 A씨는 합의를 근거로 자신의 이사 지위를 임시로 정해달라며 가처분을 신청했다.

앞서 원심은 A씨의 손을 들어줬다. A씨가 합의를 통해 종손 지위를 적법하게 승계해 종중의 이사 지위에 있다고 판단한 것이다.

하지만 대법원의 판단은 달랐다. 대법원은 "종손은 일정한 친족관계의 존재에 의해 당연히 인정되는 신분적 지위로서 양도의 대상이 될 수 없다"고 판시했다. 또한 "종중에서 실제 종손이 아닌 사람을 종손으로 인정했더라도 그 사람이 종손 지위를 취득한다고 볼 수 없다"고 못 박았다.

재판부는 A씨가 오랜 기간 종손 역할을 하고 종중 총회에서 이사로 인준받은 사실이 있더라도, 이는 종손 지위를 인정한 것이 아니라고 선을 그었다. 결국 A씨는 종손이 아니므로 당연직 이사 지위를 주장할 수 없다는 것이 대법원의 최종 결론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