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공지능(AI) 시대가 본격화되면서 오히려 전기·배관공 등 전통적인 '블루칼라' 숙련직의 수요가 급증하는 역설적인 현상이 나타나고 있다.
19일(현지시간) 파이낸셜타임스(FT)에 따르면 AI 기술 구동에 필수적인 데이터센터 건설이 폭발적으로 늘면서 관련 인프라를 구축하고 유지할 숙련 기술직의 몸값이 치솟고 있다.
향후 5년간 전 세계적으로 2000개 이상의 신규 데이터센터가 건설될 예정이다. 이에 따라 45만명이 넘는 새로운 기술자와 엔지니어가 필요할 것으로 전망된다.
글로벌 데이터센터 기업 에퀴닉스는 향후 5년간 지난 27년간 구축한 규모와 맞먹는 용량을 추가로 확보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데이터센터는 공항 허브나 물류 플랫폼처럼 인력과 장비의 흐름이 많은 복잡한 환경으로, 설계부터 건설, 유지보수까지 전 과정에 걸쳐 전문 인력이 필수적이다.
에퀴닉스 관계자는 FT에 "전기, 기계, 건축 분야의 설계·건설 인력은 물론, 완공 후 40년간 시설을 유지·보수할 인력이 연중무휴 24시간 필요하다"며 "배관공, 전기기사 등은 데이터센터 산업에서 계속 필요한 핵심 역량"이라고 설명했다.
일부 블루칼라 직업의 소득이 사무직을 넘어서는 '임금 역전' 현상도 나타나고 있다. 데니스 마추엘 아데코그룹 최고경영자(CEO)는 "많은 유럽 국가에서 AI로 인해 위협받는 사무직보다 전기기사가 더 많은 돈을 벌 수 있다"며 "이러한 역전 현상이 시작되고 있다"고 분석했다.
마추엘 CEO는 "모든 기술 혁명은 대체하는 일자리보다 더 많거나 비슷한 수의 새로운 일자리를 창출해왔다"며 로봇이 인간의 역할을 완전히 대체하기보다는 업무의 일부를 자동화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높은 대학 등록금과 불안정한 고용에 지친 젊은 세대가 기술직으로 눈을 돌리는 추세도 뚜렷하다. 최근 젊은 층은 틱톡 등 소셜미디어에서 '전기기사 되는 법' 등을 검색하며 기술직에 높은 관심을 보이는 것으로 알려졌다.
다만 최근 고금리 기조와 소비 심리 위축으로 건설, 운송, 물류 등 기술직 관련 분야의 신규 채용이 둔화하고 있다는 점은 변수다. FT는 "기술 학교에 가는 것이 고액 연봉을 보장하는 것은 아니다"라며 현 고용 시장 상황에 대한 신중한 접근을 당부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