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이 후쿠시마 원전 사고 15년 만에 원자력 발전으로 빠르게 회귀하고 있다.
19일(현지시간) 파이낸셜타임스(FT)는 인공지능(AI)과 반도체 산업으로 인한 전력 수요 급증과 에너지 안보 위기감이 맞물리면서 일본이 원전 재가동 및 신설에 속도를 내고 있다고 보도했다.
일본은 후쿠시마 원전 사고 이후 가동 중이던 원전 54기를 모두 폐쇄했다. 그러나 신재생에너지만으로는 안정적인 전력 공급이 어렵고, 우크라이나 전쟁 이후 화석연료 수입 비용이 급등하며 정책 전환이 불가피해졌다.
FT에 따르면 후쿠시마 사태 이전 일본 전력의 30%를 차지했던 원자력 발전 비중은 현재 8.5%에 불과하다. 일본 정부는 이 비중을 2040년까지 20%로 끌어올리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다.
가장 큰 동력은 AI와 데이터센터, 반도체 공장 등 첨단 산업의 폭발적인 전력 수요다. 일본 내 데이터센터의 전력 사용량은 10년 안에 3배로 증가해 전체 전력 수요의 6%를 차지할 전망이다.
FT는 "AI와 반도체 공장은 24시간 내내 안정적인 전력 공급이 필요하다"며 "간헐성이 큰 신재생에너지로는 이를 감당할 수 없다"고 지적했다.
에너지 안보 문제도 원전 회귀를 부채질했다. 2022년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으로 액화천연가스(LNG) 가격이 급등하자 에너지 자립의 중요성이 커졌다. 현재 일본 기업의 전기료는 후쿠시마 사태 이전에 비해 74%나 높은 수준이다.
이에 따라 일본은 이미 폐쇄했던 원전 54기 중 14기를 재가동했다. 세계 최대 원자력 발전소인 가시와자키-가리와 원전 6호기도 2026년 3월 재가동을 앞두고 있다.
하지만 원자력에 대한 국민적 트라우마는 여전히 강하다. 히로시마·나가사키 원폭 투하와 후쿠시마 사고를 겪은 일본에서는 반핵 운동이 꾸준히 이어지고 있다. 특히 가시와자키 원전은 활성 단층 위에 있어 지진 위험과 사용후핵연료 처리 문제에 대한 우려가 크다.
이러한 반대에도 일본 정부는 기존 원전 재가동을 넘어 차세대 소형모듈원자로(SMR) 개발에도 나서고 있다. 히타치, 미쓰비시중공업 등은 더 작고 안전하며 저렴한 신형 원자로 기술을 개발 중이다.
FT는 "일본이 지정학적 불안정성이 커지는 상황에서 원자력이 가진 위험을 감수할 가치가 있다고 판단했다"고 분석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