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란발(發) 분쟁으로 촉발된 에너지 위기 속에서 스페인이 재생에너지와 원자력을 조합한 '에너지 믹스' 덕분에 다른 유럽 국가들보다 충격을 잘 흡수하고 있다는 분석이 나왔다.

19일(현지시간) 파이낸셜타임스(FT)에 따르면 호르무즈 해협 폐쇄로 유럽 대부분이 유가 및 가스 가격 급등을 겪고 있지만, 국가별 전기요금은 다른 양상을 보이고 있다. 스페인은 프랑스와 함께 천연가스 외 다른 에너지원으로 전력의 상당 부분을 생산해 가격 안정에 성공한 사례로 꼽혔다.

에너지 싱크탱크 엠버(Ember)의 분석에 따르면 올해 초부터 지난주까지 스페인의 전기요금이 가스 발전 비용 수준에 도달한 시간은 전체의 15%에 불과했다. 반면 이탈리아는 같은 기간 89%의 시간 동안 가스 발전 비용이 전기요금을 결정했다.

스페인의 성공 요인은 원자력과 재생에너지의 조화에 있다. 스페인의 원자력 발전소는 지난해 전체 전력의 20%를 생산했다. 이는 영국보다 약 두 배 높은 비중이다. 이탈리아는 원자력 발전소가 없다.

여기에 태양광, 풍력, 수력 등 재생에너지 발전이 시기와 계절에 따라 전력 공급을 보완하는 구조다. 특히 올겨울에는 바람이 많이 불고 비가 잦아 풍력과 수력 발전량이 많았던 점도 긍정적으로 작용했다.

반면 영국은 지난해 전력의 절반 이상을 재생에너지와 원자력으로 생산했음에도 유럽에서 전기요금이 가장 비싼 국가 중 하나다. 에너지 컨설팅업체 오로라 에너지(Aurora Energy)에 따르면 영국은 여전히 전체 시간의 약 3분의 2를 가스 발전소에 의존해 전기요금을 책정하고 있다.

이러한 에너지 믹스 덕분에 스페인은 안정적인 전기요금과 함께 에너지 위기 상황에서 정치적 독립성을 확보하는 효과도 거두고 있다고 FT는 평가했다. 올해 남은 기간 스페인의 평균 전기요금은 메가와트시(MWh)당 약 66유로로, 이탈리아의 절반 수준이 될 것으로 전망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