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중동 전쟁 파병 요구에 유럽 동맹국들이 만장일치로 거부 의사를 밝혔다.
19일(현지시간) 파이낸셜타임스(FT)에 따르면 독일, 프랑스, 영국 등 유럽 주요국 정상들은 트럼프 대통령이 요구한 호르무즈 해협의 강제 개방 군사 작전 참여를 일제히 거부했다. 이는 이란과의 전쟁에 대한 유럽의 분열을 예상했던 것과 달리 이례적인 단일대오 형성이라고 FT는 분석했다.
프리드리히 메르츠 독일 총리는 "미국과 이스라엘은 이번 전쟁 전 우리와 협의하지 않았다"며 "독일이 군사적으로 개입할 문제는 제기되지 않는다"고 선을 그었다. 키어 스타머 영국 총리 역시 영국이 "더 넓은 전쟁에 휘말리지 않을 것"이라고 밝혔다.
프랑스, 이탈리아, 스페인, 그리스 등도 비슷한 거부 입장을 내놓았다. 전통적으로 미국의 가장 확고한 군사 파트너였던 폴란드조차 트럼프 대통령의 함대 구성 제안에 참여하지 않겠다고 전했다.
FT는 이러한 유럽의 공동 대응이 조지 W. 부시 행정부 시절 이라크 전쟁을 두고 극심한 분열을 보였던 20여년 전과 대조된다고 지적했다. 이는 트럼프 대통령에 대한 유화책만이 유일한 선택지는 아니라는 인식이 유럽 내에 깊어지고 있음을 시사한다고 덧붙였다.
유럽연합(EU) 정상들은 오는 20일 브뤼셀에서 정상회의를 열고 이번 사태를 논의한다. 당초 이번 회의는 EU의 침체된 경제 회복 방안에 초점을 맞출 예정이었으나, 이란 사태로 인해 긴급 위기 대응 회의로 성격이 바뀌었다고 한 EU 고위 관계자는 전했다.
그러나 이란 사태에 대한 단합된 목소리 이면에는 에너지 위기, 대러시아 관계 등 여러 현안에 대한 균열도 존재한다. 일부 회원국은 에너지 가격 급등에 대응하기 위한 국가 보조금 확대를 우려하고 있으며, 러시아와의 관계 정상화를 통해 값싼 에너지를 확보하자는 주장까지 제기돼 논란이 일고 있다.
특히 미국의 안보 우산에 크게 의존하는 발트해 연안 국가 등 동유럽 회원국들은 미국과의 관계 악화를 우려하고 있다. 한 동유럽 국가의 고위 외교관은 FT에 "미국과의 관계는 다른 모든 것을 압도하는 가장 중요한 정책 문제"라고 말했다.
주제프 보렐 전 EU 외교안보 고위대표는 "EU는 유럽 내부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설계됐을 뿐, 이란 전쟁과 같은 위기를 처리하도록 설정되지 않았다"고 지적하며 구조적 한계를 언급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