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럽 제조업이 방위산업의 호황과 에너지 집약적 산업의 침체라는 극명한 양극화 현상을 겪고 있다.

19일(현지시간) 파이낸셜타임스(FT)는 유럽연합(EU) 통계기구 유로스타트 자료를 인용해 이같이 보도했다. 올해 1월 유로존 산업생산은 전년 동기 대비 1.2% 감소했으나, 무기 및 탄약 생산은 31% 급증하며 사상 최고치를 기록했다. 반면 화학제품 생산은 6.6% 감소하며 대조를 이뤘다.

이러한 격차는 우크라이나 전쟁과 중동 분쟁으로 인한 지정학적 긴장이 유럽의 재무장을 가속하는 동시에, 에너지 가격 급등이 전통적인 제조업에 부담을 주기 때문에 발생했다.

독일의 상황은 더욱 뚜렷하다. 1월 전체 제조업 생산은 2010년 수준에 머무르며 전년 대비 1.6% 감소했지만, 무기 생산은 78%나 폭증했다.

옥스퍼드 이코노믹스의 션 멧칼프는 FT에 "장기적인 분쟁은 현재의 추세를 더욱 강화할 수 있다"며 방위산업이 유럽 산업 성과의 '매우 중요한 동인'이 될 것으로 전망했다.

실제로 유럽 방산 기업들은 기록적인 실적을 올리고 있다. 독일의 센서 기술 기업 헨솔트는 2025 회계연도 신규 수주가 62% 증가했으며, 이탈리아의 레오나르도는 2030년까지 2만8000명을 추가 고용할 계획이다. 스웨덴 사브의 매출은 2021년 이후 거의 두 배로 늘었다.

반면 화학, 기초 금속, 플라스틱 등 에너지 집약적 산업은 고전을 면치 못하고 있다. 유로존의 화학 생산량은 2022년 고점 대비 27% 감소했으며, 영국의 경우 10년 전 수준으로 후퇴했다.

영국화학산업협회의 스티브 엘리엇 최고경영자(CEO)는 "지난 4년간 경쟁력 없는 에너지 비용 때문에 많은 화학 공장이 문을 닫았다"며 "국제 분쟁이 상황을 더욱 악화시키고 있다"고 지적했다.

방산 외에 항공우주 산업도 1월 생산량이 15% 증가하며 호조를 보였다. 제약, 식음료 등 일부 내수 중심 업종도 비교적 선방하고 있다. 그러나 자동차, 기계, 섬유 산업 등은 중국과의 경쟁 심화로 어려움을 겪고 있다.

FT는 에너지 시장의 불안이 장기화될 경우 인플레이션을 자극하고 전반적인 기업 신뢰도를 떨어뜨려 건설, 가구 등 다른 부문까지 타격을 줄 수 있다고 분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