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이란과의 전쟁 상황 관리를 이유로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과의 정상회담을 연기해달라고 요청했다.
18일(현지시간) 월스트리트저널(WSJ)에 따르면 트럼프 대통령은 당초 4월 1일 베이징에서 열릴 예정이던 미중 정상회담을 '한두 달가량' 미뤄달라고 중국 측에 요청했다. 이는 미국의 안보 우려가 중국과의 외교 일정이나 시 주석과의 개인적 관계보다 우선한다는 신호로 풀이된다.
이번 연기 요청으로 미국과 동등한 초강대국 위상을 확립하려던 중국의 계획에는 차질이 빚어졌다. 중국은 내심 불쾌해하면서도 표면적으로는 말을 아끼는 분위기다. 중국 외교부는 양측이 정상회담에 대해 "소통을 유지하고 있다"는 원론적 입장을 밝혔다.
반면 관영매체 환구시보는 이번 연기 결정을 비판했다. 매체는 미국이 스스로 자초한 이란과의 전쟁을 빌미로 중국을 분쟁에 끌어들이려 한다고 주장했다. 트럼프 대통령이 호르무즈 해협의 안정을 위해 중국의 협조를 얻어내는 대가로 정상회담에 응하려 한다는 것이다.
이언 브레머 유라시아그룹 회장은 "이번 연기는 국제 안보 문제에서 여전히 미국이 주도권을 쥐고 있음을 보여준다"고 분석했다.
중국은 지난해 트럼프 행정부의 관세를 견뎌내고 미국 기술·국방 분야에 필수적인 희토류를 무기화하며 미국과 대등한 위치에 올랐다는 자신감을 내비쳐왔다. 그러나 이번 사태로 국제 무대에서 미국의 영향력이 여전하다는 사실을 확인하게 됐다는 평가가 나온다.
실제로 지난 1월 스위스 다보스에서 열린 세계경제포럼(WEF)에서도 비슷한 상황이 연출됐다. 당시 중국 대표단은 '세계의 공장'을 넘어 '거대 시장'으로서의 중국을 홍보했지만, 트럼프 대통령의 도발적 연설에 묻혀 주목받지 못했다.
대니 러셀 아시아소사이어티 정책연구소 부회장은 "중국은 갑작스러운 막판 연기를 무례하다고 여길 것"이라면서도 "그럼에도 그들은 실용주의자이며 트럼프 대통령을 관리하기 위해 회담이 중요하다고 본다"고 말했다.
중국 경제가 상당한 역풍에 직면한 상황에서 시 주석에게 성공적인 미중 정상회담은 양국 관계를 안정시키고 대외적으로 미국과 동등한 위상을 과시할 기회다. 또한 이는 대만 문제에 있어서도 중국에 유리한 국면을 조성할 수 있다는 분석도 제기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