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고용시장이 냉각되면서 임금 상승세가 꺾이고, 이직 시 오히려 연봉이 깎이는 사례가 속출하고 있다.
18일(현지시간) 월스트리트저널(WSJ)은 연방 데이터와 채용플랫폼 집리크루터 자료를 인용해 이같이 보도했다. 최근 직장을 옮긴 이들 중 4분의 1 이상이 임금 삭감을 감수했으며, 16.3%는 동일한 임금 수준으로 이직한 것으로 나타났다.
미국 전체 임금 상승률은 2022년 하반기부터 둔화하는 추세다. 구인 건수가 줄고 구직자가 늘면서 기업들이 더 이상 높은 임금을 제시할 필요가 없어졌기 때문이다.
실제로 몇 년 전까지 억대 연봉을 받던 프로젝트 매니저 앤 슐리만(64)씨는 지난해 12월 해고된 후 8만달러(약 1억1520만원) 수준의 일자리를 알아보고 있다. 슐리만씨는 WSJ에 "기업들은 예전만큼 많은 돈을 줄 필요가 없어졌다"며 "무엇이든 받아들일 지경"이라고 말했다.
기존 직장인들의 상황도 녹록지 않다. 컨설팅 회사 콘페리(Korn Ferry)의 론 사이퍼트 선임 파트너는 "모든 직원에게 임금을 균등하게 올려주던 시대는 끝났다"며 "이제는 성과, 잠재력, 기술이 차별화된 인재에게 인상분이 집중될 것"이라고 분석했다.
올해 평균 임금 인상률은 3.2~3.6%로 예상되지만, 높은 평가를 받는 직원은 이보다 1.5~2배를 받을 수 있는 반면 다른 직원들은 거의 인상되지 않을 수 있다고 그는 덧붙였다. 급여 소프트웨어 제공업체 ADP에 따르면 보너스 규모도 줄고 수령자도 감소하는 추세다.
전문 서비스 기업 머서(Mercer)의 타우시프 라만 파트너는 "기업들은 과거의 성과가 아닌 조직의 미래 가치를 어디서 창출할지에 더 집중한다"고 지적했다. 사양 사업부에서 최고의 성과를 내는 것보다 성장 분야에 속해 있는 것이 중요해졌다는 의미다.
이에 따라 이직의 목적도 바뀌고 있다. ADP에 따르면 이직 시 추가로 얻는 임금 프리미엄은 올해 초 1.9%포인트까지 줄어 2020년 이후 최저치를 기록했다. 높은 연봉 인상보다 안정적인 일자리나 미래 기술 습득을 위해 이직하는 '릴리 패딩' 현상이 나타나는 이유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