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유가발 인플레이션 우려로 평탄화 현상을 보이던 아시아 신흥국 채권 수익률 곡선이 반전될 조짐을 보이고 있다.

18일(현지시간) 블룸버그통신에 따르면, 투자자들이 유가 상승에 따른 인플레이션에 대응하기 위한 금리 인상을 가격에 반영하면서 이달 들어 아시아 채권 수익률 곡선이 평탄화됐다. 이는 장기물보다 중기물 금리가 더 빠르게 상승하며 둘 사이의 격차가 줄어든 것을 의미한다.

그러나 분석가들은 각국 정부가 통화 긴축 대신 재정 정책으로 인플레이션에 대응하면서 이러한 움직임이 곧 반전될 것으로 전망한다. 골드만삭스의 대니 수와나프루티 전략가 등은 보고서에서 "아시아 금리 곡선이 강세 가팔라짐(bull-steepening)으로 전환될 가능성이 높다"고 분석했다.

실제로 각국 정부는 적극적인 재정 개입에 나서고 있다. 한국 당국은 약 30년 만에 유가 상한제를 도입했고, 필리핀은 대중교통 운전자를 위해 600억페소(약 1조4400억원) 규모의 현금 보조금을 배정했다. 말레이시아 정부도 향후 두 달간 보조금이 지급되는 휘발유 가격을 동결하겠다고 밝혔다.

이러한 재정 개입은 중앙은행의 긴축 필요성을 줄여 투자자들의 계산법을 바꾸고 있다. BNY의 위쿤총 전략가는 "공급 충격으로 유발된 고인플레이션을 해결하는 데 금리 인상은 효과적인 전략이 아니다"라며 "시장의 초점은 곧 인플레이션 대응보다 성장 지원으로 옮겨갈 것"이라고 말했다.

다만 시장은 여전히 긴장 상태다. 금리 스와프 시장에서는 6개월 내 한국의 0.25%포인트 금리 인상 가능성을 50%로 보고 있다. 인도는 0.25%포인트 인상이 완전히 반영됐으며, 필리핀도 3개월 내 0.25%포인트 인상 가능성이 약 50%로 점쳐진다.

그럼에도 아시아 지역의 낮은 인플레이션 기저 수준은 중앙은행들이 유가 추이를 지켜볼 여유를 제공한다. T. 로우 프라이스 그룹의 샤오위 궈 애널리스트는 "시장이 더 많은 긴축을 가격에 반영하기에는 장벽이 여전히 높아 보인다"며 이는 수익률 곡선 가팔라짐에 베팅할 근거가 될 수 있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