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의 이란 공격 이후 국제 유가가 급등하면서 서방 제재로 고사 직전이던 러시아산 원유 수출이 기사회생한 것으로 나타났다.
18일(현지시간) 월스트리트저널(WSJ)에 따르면 미국의 제재로 판로가 막혔던 러시아산 원유가 호르무즈 해협 봉쇄를 우려한 인도와 중국으로 대거 수출되고 있다.
이러한 변화의 중심에는 러시아 국영 로스네프트의 원유를 독점적으로 거래하는 중개상 에티바르 에유브(47)가 있다. 그는 우크라이나 전쟁 이후 러시아산 원유 시장의 '큰손'으로 불리는 인물이다.
WSJ는 에유브가 연간 500억달러(약 72조원) 이상의 원유 및 연료 판매를 책임지고 있으며, 러시아 원유를 운송하는 '그림자 선단' 소속 유조선 600척 중 최대 3분의 1을 통제하고 있다고 정통한 소식통을 인용해 보도했다.
최근 2주 동안 인도는 3000만배럴 이상의 러시아산 석유를 구매했으며, 대부분은 에유브와 그의 관계자들이 취급하는 물량이다. 이는 미국의 대(對)로스네프트 제재 이전 수준으로 회복된 수치다.
앞서 미국이 로스네프트를 제재하자 최대 고객이던 인도는 러시아산 원유 수입을 대폭 줄였다. 이로 인해 에유브가 관리하는 유조선들은 팔리지 않은 원유 수백만배럴을 싣고 해상을 떠돌았다.
그러나 미국이 이란을 공격하며 상황이 급반전했다. 미국은 인도에 묶여있던 러시아산 원유를 구매할 수 있도록 30일간의 제재 유예 조치를 내렸고, 이후 모든 국가로 이를 확대했다.
크렘린궁의 드미트리 페스코프 대변인은 "러시아는 시장에 공급을 늘릴 준비가 돼 있다"고 밝혔다. 로스네프트의 한 고위 관계자도 "매우 짧은 기간에 수출이 상당히 증가했다"고 말했다.
실제로 러시아 주력 유종인 우랄유 가격은 국제 기준 유가와 거의 같은 수준에서 거래되고 있다. 이란 사태 이전에는 약 20% 할인된 가격에 팔렸다.
에유브는 영국, 유럽연합(EU), 캐나다 등으로부터 제재를 받았으나 미국 정부의 직접적인 제재 대상에는 오르지 않았다. 다만 미 법무부가 수년간 그의 제재 회피 혐의를 조사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이란 사태 전만 해도 에유브의 회사 소속 유조선 '레인지 베일'호는 발트해에서 러시아 원유를 싣고 한 달 넘게 목적지 없이 항해했다. 하지만 이란 공격 직후 이 유조선은 인도 최대 정유사로 빠르게 이동해 지난 8일 원유를 하역했다고 WSJ는 전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