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노동 운동의 상징적 인물인 세사르 차베스가 동료였던 인권운동가 돌로레스 우에르타를 성폭행했다는 폭로가 나왔다.

로이터통신에 따르면 18일(현지시간) 전미농장노동자연합(UFW)을 공동 설립한 인권운동가 돌로레스 우에르타(96)는 성명을 통해 1960년대 차베스로부터 성폭행을 당했다고 밝혔다. 이번 폭로는 같은 날 차베스의 여러 성 비위 의혹을 상세히 다룬 뉴욕타임스(NYT)의 탐사 보도에 맞춰 공개됐다.

우에르타는 성명에서 1960년대 차베스와 두 차례 성적인 만남이 있었다고 고백했다. 그는 첫 번째 관계에 대해 "존경하던 상사이자 운동의 지도자였기에 거절할 수 없다고 느꼈다"며 "조종당하고 압박을 받았다"고 말했다. 두 번째는 "갇힌 환경에서 내 의사에 반해 강제로 이뤄졌다"고 덧붙였다.

우에르타는 두 차례의 관계로 임신했으나, 이 사실을 비밀에 부치고 아이들은 다른 가정에서 자라도록 했다. 그는 "진실을 폭로하는 것이 평생을 바쳐 싸워온 농장 노동자 운동에 해가 될 것이라고 믿었다"며 오랜 기간 침묵했던 이유를 설명했다.

차베스 유족 측은 의혹을 부인하지 않았다. 유족은 성명을 통해 "NYT 기사에 엄청난 충격을 받았다"며 "생존자들에게 평화와 치유가 있기를 바라며, 앞으로 나선 그들의 용기에 경의를 표한다"고 밝혔다.

이번 폭로로 미국 사회는 큰 파문에 휩싸였다. UFW는 예정됐던 차베스 관련 기념행사를 취소했으며, 일부 도시는 그의 이름을 딴 거리와 시설의 명칭 변경에 착수했다.

의회 히스패닉 간부회의는 성명을 내고 "차베스의 이름이 붙은 거리, 우체국, 공휴일의 명칭을 변경하는 것을 지지한다"고 밝혔다. 라틴계 유권자 옹호 단체 '보토 라티노' 역시 "차베스의 흉악한 행위가 농장 노동자 운동을 지워서는 안 된다"고 강조했다.

차베스는 1960~70년대 이주 농장 노동자들의 임금 인상과 노동 조건 개선을 위해 보이콧과 단식 투쟁을 이끌며 국제적인 명성을 얻었다. 그는 1993년 66세의 나이로 사망했다. 우에르타는 UFW의 전성기에 재배업자와의 협상, 입법 로비 등을 담당했으며 90대에도 활발한 사회 운동을 이어왔다.